트럼프 "워터게이트보다 나쁘다" 욕하던 사안
딸 이방카·사위 쿠슈너도 사설계정 써 의회 조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백악관 공무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트럼프 대통령이 경쟁자이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의 개인 이메일 사용을 거대한 스캔들로 비난한 바 있어 위선적이지 않으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때 멜라니아 여사의 최측근이었다가 관계가 악화한 스테파니 윈스턴 울코프는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멜라니아 여사가 일상적으로 개인 이메일을 썼다고 밝혔다.
울코프는 멜라니아 여사가 백악관에 있으면서 트럼프 재단 계정, 멜라니아트럼프닷컴 계정, 애플의 메신저인 아이메시지(iMessage), 암호화한 매시지앱인 시그널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멜라니아 여사가 하루에도 자신과 수차례씩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덧붙였다.
WP는 멜라니아 여사가 보낸 개인 이메일과 메시지로 보이는 문건들을 직접 봤다며 작성 시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도했다.
울코프가 공개한 메시지에는 미국 정부의 인력 채용과 계약건,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이스라엘과 일본 방문에 대한 구체적 일정, 멜라니아 여사의 아동권리 운동인 '비 베스트'와 관련한 전략적 제휴건, 부활절 계란 준비계획, 대통령 취임식 자금조달건 등이 담겼다.
개인 이메일을 쓰는 것은 정부가 보안을 극도로 강화한 서버 대신 사설 서버에 소통 내용을 저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멜라니아 여사의 행위는 민감할 수 있는 백악관 정보를 소홀히 취급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윤리 법률가를 지낸 리처드 페인터는 퍼스트레이디는 정부 피고용자가 아니라면서도 "미국 정부 업무를 하고 있다면 백악관 공식 이메일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인터는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개인 계정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점을 주요 공격 타깃으로 삼았다.
그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 전 장관의 개인서버 사용을 수사하고 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며 해당 사건을 "워터게이트(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퇴를 부른 야당 본부 도청시도 사건)보다 나쁘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 대선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다가 충격패를 당했다. 일부에서는 FBI가 대선 직전에 개인 이메일에 대한 재수사를 발표한 것이 당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돕는 '10월의 서프라이즈'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곤 했다.
페인터는 "완전한 내로남불"이라며 "저 사람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이메일을 잘못 사용해 감방에 가야 하는 것처럼 활동해 당선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무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인사는 멜라니아 여사뿐만이 아니다.
백악관의 두 선임보좌관인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사설 계정을 업무에 섰다가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도 개인 이메일로 정부 업무를 봤다가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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