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수업 꿈도 못꾸는 중남미 빈곤층…교육격차 확대 우려

입력 2020-09-03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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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수업 꿈도 못꾸는 중남미 빈곤층…교육격차 확대 우려
"중남미 5∼12세 아동 46% 집에 인터넷 없어"…소득따라 격차 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볼리비아 라파스에 사는 세르히오 메루비아(15)는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거리에서 손 소독제를 판다.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인터넷 서비스 이용 요금을 벌기 위해서라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메루비아와 같은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에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것이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어렵게라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확보해 수업을 따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꿈도 못 꾸는 경우도 많다.
최근 유엔 산하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남미 5∼12세 어린이 중 절반에 가까운 46%는 가정에 인터넷이 없다.
2019년 기준 중남미 전체 인터넷 보급률은 66.7%인데,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계층의 인터넷 보급률은 81%인 반면 소득 최하위층의 보급률은 38%에 그쳤다.
또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학생들은 70∼80%가 집에 휴대용 컴퓨터를 갖고 있지만 저소득층 학생 중 노트북 등 장비를 가진 학생은 10∼20%에 그친다고 CEPAL은 전했다.
빈부 격차, 도농 격차가 고스란히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교육 격차가 커지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의 우려지만, 원래도 빈부격차가 크고 빈곤층이 두꺼운 중남미에선 더 심각한 문제다.

CEPAL은 중남미 내에서도 볼리비아와 엘살바도르, 파라과이, 페루에서 저소득층의 인터넷 사정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볼리비아의 인터넷 보급률은 40%에 그치고, 그나마 농촌에선 3%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가난한 농촌 지역 학생들에게 인터넷 수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사립학교 등은 인터넷 수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볼리비아 정부는 학생 모두가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지난달 초에 아예 올해 학사일정을 중단하기로 했다.
볼리비아 야당 사회주의운동(MAS)의 빅토르 라미레스 상원의원은 로이터에 "교육이 중단돼선 안 된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시스템을 당장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는 교육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경우 농촌 지역 등의 낮은 인터넷 보급률을 고려해 TV 수업으로 새 학기를 시작했다. TV마저 없는 지역엔 라디오로 송출하고, 원주민 학생들을 위해 22개 원주민 언어로도 제작됐다.
그나마 대다수 학생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전반적인 학업 수준 하락과 사립학교와의 격차 확대 우려도 나오고 있다.
CEPAL은 코로나19로 인한 계층 간 격차 확대를 막기 위해 디지털 기술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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