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질서 유지하려 스가 지원…국정 키 잘 잡을지 미지수"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차기 일본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국가 지도자로서 정치적 수완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가는 차기 총리를 사실상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례적으로 파벌 없이 다른 경쟁자보다 확연하게 우위에 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가 2001년 4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파벌 없이 출마해 당내 최대 파벌 회장인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를 누르고 당선된 것이 무파벌 승리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고이즈미는 직전까지 모리(森)파(현 호소다파)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파벌을 떠난 지 오래된 스가와는 차이가 있다.
스가도 애초에는 파벌을 옮겨 다니며 정치 활동을 했으나 2009년 "파벌은 낡은 체질의 상징"이라며 고치카이(宏池會, 현재의 고가<古賀>파)를 탈퇴한 후 무파벌 기조를 유지했다.
공식 파벌이 없는 스가는 호소다(細田)파(98명), 아소(麻生)파(54명), 다케시타(竹下)파(54명), 니카이(二階)파(47명) 등 다른 파벌의 지지 선언에 힘입어 대세론을 형성했다.
스가를 지지하는 '스가 그룹'은 3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정치평론가 이토 아쓰오(伊藤惇夫) 씨는 아베 정권에서 만들어진 질서를 유지하려고 한 것이 여러 파벌이 발맞춰 스가를 지지한 배경이라고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그는 주요 파벌이 스가 지지를 선언하는 것이 "이기는 말에 뛰어 올라타기 위한 경쟁"이라고 비유했다.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하면서 이시바파를 제외한 여러 파벌에 요직을 나눠줬고 각 파벌이 이런 구도를 계속 유지하려고 하면서 줄곧 관방장관으로 자리를 지킨 스가가 선택됐다는 분석이다.
각 파벌은 향후 영향력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스가에게 빚을 준 셈이다.
힘을 빌린 스가는 총리가 되더라도 안정적인 권력 기반 확립이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토 씨는 "스가 씨가 키잡이를 잘못하면 단순한 이음매 역할로 끝날지도 모르며 키를 잘 잡으면 본격적인 정권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른다"고 향후 상황이 유동적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스가가 2012년 12월부터 총리관저의 2인자로 7년 8개월간 재직하며 총리관저가 정책을 주도하는 흐름을 만드는 등 강력한 실권을 행사한 점에 주목한다.
가와카미 가즈히사(川上和久) 레이타쿠(麗澤)대 교수(정치심리학)는 "(스가가) 참모로서는 유능하지만, 선두에 서서 국정의 키를 잡고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베 장기 정권에서의 자신과 같은 유능한 관방장관을 찾아내야 하지만 간단하지 않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에 의견을 밝혔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