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코로나19 혈전증, 선천 면역계 과민반응서 온다

입력 2020-09-03 14:44  

위험한 코로나19 혈전증, 선천 면역계 과민반응서 온다
MBL 단백질, 보체계 자극→혈액 응고 활성화→혈전 증가
기존 혈전용해제 듣지 않아…저널 '혈전증과 지혈'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혈관 내 혈전 증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하지만 왜 많은 코로나19 환자에게 혈전증이 나타나는지는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다.
스웨덴 웁살라대 과학자들이 그 원인과 혈전 생성 경로를 마침내 밝혀냈다.
코로나19 환자의 혈전 생성을 자극하는 건 선천성 면역계의 일부인 보체계(complement system)였다.
보체계는 항체와 식세포 기능 강화, 염증 반응 촉진, 병원체 세포막 공격 등의 기능을 한다.
혈청 단백질과 세포막 수용체 등 30여 종의 단백질(또는 단백질 조각)로 구성되는데 이는 혈청 내 글로불린 단백질의 약 10%를 점유한다.
연구팀은 MBL(마노스 결합 렉틴) 등 특정 단백질이 보체계를 자극해 혈전 생성 경로의 작동을 촉발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관련 논문은 최근 저널 '혈전증과 지혈'(Thrombosis and Haemostasis)에 실렸다.





3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웁살라대 부속 병원에 입원한 중증 코로나19 환자 65명의 MBL 수치와 활성도를 측정해 분석했다.
그 결과 혈전증이 나타난 환자는 예외 없이 MBL 수치와 활성도가 높았다.
그 중심엔 MBL과 보체계가 있었다.
MBL이 보체계를 자극하면 혈액 응고 체계가 대폭 활성화해 결국 혈전증으로 이어졌다.
이런 보체계 자극은 연쇄적인 단백질 분해 증폭을 유도해, 대식세포 동원에 필요한 염증반응을 유발하거나, 병원체 세포막을 공격하는 복합체(MAC)를 활성화한다.
이렇게 MBL이 관여해 일으키는 혈전증은, 기존의 피를 묽게 하는 약으로 막지 못했다. 많은 혈전증 환자가 이런 혈전용해제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웁살라대 병원의 오스카르 에릭손 박사는 "연구 결과에서 이 부분이 특히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이 발견은 장차 코로나19 환자의 MBL 활성도를 검사해 혈전증 고위험군을 미리 가려내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MBL이 혈전증 예방약 개발의 주요 표적이 될 거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편 호중성 백혈구와 혈소판이 상호작용해 만드는 면역성 혈전 응결로 코로나19 환자의 폐혈관이 막힌다는 연구 보고도 있었다.
독일 뮌헨대 연구진은 지난달 8일 미국심장협회가 발행하는 저널 '순환계'(Circulation)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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