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경찰, 코로나 우려해 복면 씌우고 알몸 남성 2분간 눌러
유족 공개한 영상에 논란 확산…경찰본부 앞서 야간 항의시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뉴욕에서 지난 3월 흑인 남성이 경찰이 체포 과정에서 씌운 복면으로 질식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과 ABC방송 등에 따르면 대니얼 프루드(41)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지난 3월 23일 새벽 뉴욕 로체스터에서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사건 당시 정황이 담긴 보디캠(경찰관 몸에 착용한 카메라) 영상을 보면 프루드는 눈이 내리는 길거리에 벌거벗은 채로 있었으며 경찰은 그에게 바닥에 엎드리라고 명령한 뒤 다가가 손을 등 뒤로 돌려 수갑을 채웠다. 그러나 프루드가 흥분해 "총을 내놔라" 등의 말을 하며 소리 지르자 얼굴에 두건을 씌운 뒤 얼굴을 바닥에 대고 손으로 누르며 "조용히 하고 침 뱉지 말아라"라며 경고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무릎으로 그의 등 뒤를 누르고 있었다. 경찰이 그의 안면부를 누르고 있던 시간은 약 2분이라고 통신은 보도했다.
문제는 이 직후 일어났다. "날 죽이려고 한다"고 소리를 지르며 거칠게 반응하던 프루드의 목소리가 점점 가늘어지더니 움직임이 멈춘 것이다.
경찰관 중 한명이 그의 입에서 물같은 것이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토했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런 답이 없자 복면과 수갑을 벗겨냈다. 이어진 영상에선 응급구조대원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뒤 앰뷸런스에 싣는 장면이 등장한다.
경찰이 프루드의 얼굴에 씌운 흰색 두건은 침이 튀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체포 도구 중 하나다. 당시 뉴욕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였다. 그러나 이런 복면으로 미국 등지에서 재소자들이 사망한 사례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동한 경찰관 중 한 명은 그가 계속해서 침을 뱉자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돼 복면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프루드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7일만인 지난 3월 30일 결국 사망했다.
검시관은 "물리적 제지 상황에서의 질식 합병증"이 원인인 "살인"이라고 결론내렸다.
부검 보고서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일종인 펜시클리딘 급성 중독과 흥분 섬망 증후군도 사망 원인의 하나로 명시됐다.
이 사건은 미네소타에서 백인 경찰관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압박해 숨지게 하는 사건보다 두달 앞서 일어났으나 유족이 이날 공개 기자회견을 연 뒤에야 대중에 알려졌다.
그날 새벽, 동생이 집에서 나갔다며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던 형 조는 기자회견서 "도움을 받으려고 전화했지 동생을 죽이라고 전화한 것이 아니다"라며 "벌거벗은 채 땅에 누워있는 데다 이미 수갑도 채워져 방어할 능력이 없는 상황 아니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프루드의 고모인 레토리아 무어는 조카가 일부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건 이틀 전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아는 평범한 모습이었다"면서 최근 몇년 사이 어머니와 형제가 죽으면서 정신적 외상을 앓았다고 전했다.
유족 변호인 측이 공개한 영상이 확산하면서 이날 로체스터 경찰 본부에는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프루드가 숨진 장소에도 모여 밤늦게까지 구호를 외치고 기도하며 항의를 표현했다.
뉴욕주 검찰은 지난 4월부터 자체 조사를 시작했으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현시점에서 그 누구도 이를 감춰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카고에 사는 프루드는 형을 만나기 위해 이날 로체스터를 방문했으며 이날 로체스터행 열차에서 광포한 행동을 보여 행선지 도착 전 강제 하차 조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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