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즉각 항소…국제언론인협회 "정의에 대한 중대 후퇴" 비판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슬로바키아에서 탐사보도 기자 살해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사업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APTN, AFP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부 페지노크에서 열린 특별형사법원의 루제나 사보바 판사는 "범죄는 저질러졌지만, 마리안 코치네르가 살해를 지시했다는 점은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다만 코치네르의 집에서 총탄 60발이 발견된 점은 인정해 불법무기소지죄로 5천 유로(약 703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살해된 얀 쿠치아크 기자의 아버지는 판사가 판결문을 채 다 읽기도 전에 법정을 박차고 나갔으며, 기자들에게 이번 판결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코치네르에게 25년형을 구형했던 블라디미르 투란 검사도 판결에 불복, 바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국제언론인협회(IPI) 역시 "정의에 대한 중대한 후퇴"라며 이번 판결 내용을 비판했다.
앞서 쿠치아크 기자는 2018년 2월 수도 브라티슬라바 근교 자신의 집에서 약혼녀와 함께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생전 코치네르와 정경유착 관련 기사를 9건 작성했다. 2017년 코치네르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다며 고소했지만, 경찰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살해 당시에는 슬로바키아 정치권과 이탈리아 마피아의 유착 관계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쿠치아크 살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슬로바키아는 발칵 뒤집어졌다.
정치인들과 사법부, 심지어 경찰까지 코치네르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대규모 부패 척결 시위를 벌였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로베르토 칼리나크 내무장관과 로베르트 피초 총리가 사퇴하고 내각이 다시 꾸려지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이후 구성된 재판부는 쿠치아크 기자 살해 사건의 공범 두 명에 대해 각각 23년형, 15년형을 내렸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 15년형을 받은 공범은 코치네르가 살해를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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