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 사장 "영국의 모든 정치적 견해와 연령대 반영해야"
조직 군더더기·관료주의 타파 예고…콘텐츠 감축·인력 감원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공영 BBC 방송의 신임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불편부당(不偏不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직원들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1일 BBC 17대 수장에 오른 팀 데이비(53) 사장은 이날 직원 대상 첫 연설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청자 중 많은 이들이 BBC가 특정한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 사장은 BBC가 "반드시 공정성에 대한 지지와 다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신이 자기 의견을 고집하는 칼럼니스트나 특정 당파의 활동가라면 소셜미디어가 유효한 선택일 수 있다"면서도 "BBC에서 일하면서 그래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넷플릭스와 같은 가입 기반 서비스가 BBC의 아성을 침범해오고 있지만, BBC는 결코 소수를 위한 서비스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공공 재원을 기반으로 하는 BBC를 지지하면서, 영국 전역의 모든 정치적 견해와 연령대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 사장은 "이는 단지 젊은 층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영국의 모든 이들이 BBC가 그들의 것이라고 느끼도록 하는 의지이자 의무"라고 설명했다.
BBC는 'TV 라이선스'로 불리는 시청료를 재원으로 운영된다.
영국에서 컬러 TV 보유자는 연간 157.5 파운드(약 25만원), 흑백 TV는 53 파운드(약 8만원)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미납할 경우 범법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보수당은 지난해 12월 총선 승리 이후 TV 라이선스를 내지 않더라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넷플릭스와 같은 가입자 기반 서비스의 성장을 감안하면 BBC의 TV 라이선스를 계속 유지해야 할지 의문을 갖고 있다.
보수당 일각에서는 BBC가 그동안 좌파 편향적인 견해를 보여왔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데이비 사장은 BBC가 보다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최근 수년간 효율화에 진전을 보여왔고, 많은 프로그램에서 비용을 줄여왔다"면서 "그러나 지난 3년간 우리의 공익사업 관련 인원수는 늘어왔고, 여전히 너무 많은 관료주의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BBC가 콘텐츠의 20%를 줄이는 대신 보다 재원을 집중해 차별적이고 세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BBC 내에서 900여개의 일자리를 줄이는 등 "비용축소에 계속해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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