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보당국 수십년 해와"…러 암살 시도는 "푸틴이 일하는 방식"
백악관 "비난받을 만하다"면서도 러 정부 배후책임 규탄 유보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러시아의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살 시도는 러시아 정부와 정보당국 고위층이 승인한 작전이라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직 러시아작전 총괄책임자가 분석했다.
스티븐 홀 전 CIA 러시아작전 총괄책임자는 3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다른 방식으로는 이를 설명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는 러시아 정보당국이 수십년간 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홀은 30여년간 CIA의 러시아 작전을 지휘하다 2015년 은퇴했다.
앞서 독일 정부는 연방군 연구소의 검사 결과 혼수상태에 빠진 나발니가 구소련시절 사용되던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공격당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책임을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정부에 혐의를 두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어떤 혐의 제기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냉전 시대 말기에 구소련이 개발한 노비촉은 신체에 노출되면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한다.
노비촉은 2018년 초 영국 솔즈베리의 쇼핑몰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아에 대한 독살 미수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지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영국 경찰과 시민 2명도 노비촉 증세를 보였고, 그중 1명은 사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 군사정보국(GRU)을 배후로 지목했었다.
홀은 "그들이 여전히 노비촉을 쓰는 것은 흥미롭다"면서 "하지만, 나발니 같은 이에 대한 암살 시도는 전혀 놀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발니를 상대로 행동으로 나서는데 이렇게 오래 걸렸다는 게 오히려 놀랍다"고 말했다.
홀은 "(러시아의 암살 시도는) 기나긴 역사가 있다"면서 "이는 푸틴이 일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안팎에서 모두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크렘린궁이 이와 관련해 어떤 창의적인 설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면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러시아의 의례적인 대응방식은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부인한 뒤 맞받아 혐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꽤 극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나발니 독살 시도와 관련, 러시아 정부나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가 "비난받을 만하다"고 논평하면서도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나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책임을 물어 규탄하는 것은 피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미국 행정부가 나발니의 신경계에서 노비촉이 발견됐다는 독일 정부의 발표에 "매우 우려한다"면서 "러시아는 과거에 화학적 신경작용제를 사용했고, 우리는 러시아의 책임 있는 자들을 포착하기 위해 동맹국과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