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 직고용·가족 투입 등 과거 방식 회귀 속속
"배달료는 10년째 3천원…배달 앱 수수료를 깎아야"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올여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중호우와 태풍까지 겹치면서 음식 배달 수요가 폭증해 '배달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주요 배달대행 업체들이 음식점을 상대로 받는 기본요금을 속속 인상하면서 외식업 현장에서는 '버티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 쿠팡이 던진 작은 공, 배달 대란 '눈덩이' 됐나
7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주요 배달대행 업체들은 지역에 따라 줄줄이 기본요금을 인상했다. 배달대행 업체들은 주로 구(區) 등 지역별로 운영 중인데, 업체별로 적게는 600원에서 많게는 '1천원에 날씨 따라 플러스알파'까지 인상했다.
업체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배달 수요 급증과 배달 대행기사 구인난 등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쿠팡 등 유통 공룡의 배달 사업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쿠팡이 올해 들어 배달의민족·요기요로 양분된 배달 시장에 쿠팡이츠를 들고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 시장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배달 대행기사들을 대거 데려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쿠팡이츠 배달을 하는 대행기사는 '프로모션 수수료'까지 덤으로 챙기면서 건당 최대 2만원대까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배달 시장에 자리 잡고자 배달 대행기사에게 피크 타임에는 '웃돈'을 얹어주는 탄력 요금제를 적용하면서 많은 이들이 쿠팡이츠 쪽으로 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우리는 기존 업체와 다르게 한 건(배달 콜)을 잡으면 다른 배달 주문은 잡지 못하게 돼 있어서 단가가 높다"며 "비가 오는 등 날씨가 나쁘면 프로모션 수수료를 붙여주고, 요금도 주문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되니 기존 시장 질서와 다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달 기사들의 노조인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물가나 근로 소득이 전부 올랐지만 배달료는 10년째 3천원 수준"이라며 "그동안 이렇게 싸게 운영돼 온 것이 문제인 만큼, 합당한 수준의 배달료를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플랫폼 회사가 자영업자에게 받는 수수료를 깎아 소상공인을 살리고, 배달료는 합당한 수준으로 인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주목받는 '옛날식' 방법…차라리 내가 간다
이처럼 배달 대행비가 음식 점주의 근심거리로 부상하면서 '다른 길'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속 배달원 고용이다.
과거에는 중식당 등을 중심으로 식당마다 배달원을 고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배달 건당 수수료를 챙기는 배달 대행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배달 대행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가 주문이 몰려 서비스가 늦어지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아예 속 편히 자신의 음식점만 전담하는 이들을 고용하고 나선 것이다.
한 음식 점주는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공간에 "배달 대행비 인상을 10%로 예상했지만, 20%가 인상됐다. 이에 월 150만∼200만원가량 비용이 더 늘어난다"며 "이 같은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통보받고 하루 11시간에 월 330만원 주는 조건으로 배달 직원 구인 광고를 오늘 올렸다"고 적었다.
아니면 아예 음식점 점주 혹은 가족이 직접 배달의 나서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다른 점주는 "가족 중 한 분으로 (배달을) 돌리고 있다"고 적었고, 다른 음식 점주 역시 "배달 대행 기사가 1시간 걸려 배달하는 것과 차이가 없어서 돈도 아낄 겸 어제부터 내가 직접 배달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 음식점 "남는 게 없다"…가격 인상 부채질할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영세 음식점주는 "남는 게 없다"고 호소한다.
이달 들어 한 배달대행 업체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배달 대행비 기본요금을 3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올렸다. 여기에 악천후에는 500원 할증도 붙는다.
이 경우 점주는 배달 대행 측에 고스란히 5천원을 줘야 하지만, 음식점이 소비자에게서 받는 배달비는 2천∼3천원 선에서 쉽사리 올리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비는 '추가 비용'으로 인식되는 만큼, 음식값 대비 비중이 커질수록 '심리적 저항감'에 부딪혀 오히려 매출이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일부 음식점들은 하는 수 없이 가격 인상으로 응수하고 나섰다.
한 점주는 "7년째 홀(매장) 장사만 하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배달을 시작했는데, 배달 대행비가 인상돼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됐다"며 "이에 그냥 음식 가격을 전부 500원씩 인상하기로 했다. 배달 수는 줄었지만, 밑지고는 못 팔겠다"고 토로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간판을 내건 점주들도 속앓이하기는 매한가지다.
개인 음식점이야 가격 선택권이 있다지만, 본사의 엄격한 정책을 따르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배달 대행비와 주문 수수료가 가맹점주에게는 가격을 올려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면서도 "매출 하락 리스크가 있어 본사 입장에서는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본사가 배달비를 일부 보전해달라는 목소리도 왕왕 나오지만, 본사 입장에서는 연간 수 백억원이 소요되는 이 같은 지원 정책에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이 관계자는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치고 본사가 비용을 지원해 매출을 방어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치즈볼이나 감자튀김 같은 '곁들이' 메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배달 건당 주문 액수를 높이는 방법도 쓴다"고 덧붙였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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