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사슴·멧돼지 등 야생동물 요리 전문점 '레스나야 자임카'
美·北 최고위급 인사 방러 때마다 주요 행사장으로 활용된 곳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손님들에게 인기가 있는 요리입니다."
지난 2일 러시아 극동 연해주(州)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야생동물 전문 식당인 '레스나야 자임카'의 종업원은 메뉴판에 러시아어로 쓰인 '동양식 곰고기'에 관해 묻는 기자에게 이같이 답했다.
도심에서 차를 타고 30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이 식당은 곰을 포함해 사슴과 멧돼지 등 각종 야생동물을 전문적으로 조리해 판매하는 지역 내 최고급 식당이다.
동양식 곰고기는 300g 정도의 고기와 각종 야채가 들어간 요리라고 메뉴판에 쓰여 있었다.
요리 가격은 한 접시에 950루블(1만5천원) 정도로 현지에서는 상당히 고급요리에 속하는 편이다.
식당 종업원은 합법적으로 사냥을 통해 잡은 곰 고기만 식당으로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식당 종업원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식당을 많이 찾았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금은 외국인 손님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이 식당은 미국과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찾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1974년 11월 당시 군사도시였던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은 제럴드 포드 당시 미국 대통령과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핵무기 제한에 서로 합의한 뒤 레스나야 자임카에서 축하 연회를 열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2002년과 2019년 각각 러시아 방문 당시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 다만, 구체적인 메뉴는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정해진 기간 곰을 사냥하거나 포획한 곰의 고기를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과거 혹독한 추위와 싸워야만 했던 극동 러시아인들에게 있어서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숲은 주요한 먹을거리 공급처였다.
이들은 숲에 사는 곰이나 사슴 같은 야생동물을 사냥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만 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현지 음식 문화에도 깊숙이 녹아들었다.
다만 식습관의 변화로 과거보다 곰 고기를 먹는 러시아인들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곰 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기자와 동행한 현지인은 귀띔했다.
심지어 사냥한 곰의 고기를 안전하게 조리하지 않은 채 날것으로 먹었다가 고기에 남은 기생충에 감염돼 병원 신세를 지는 러시아인들의 소식이 현지 언론에 가끔 소개될 정도다.
2017년 시베리아 톰스크의 한 마을 주민들이 야생곰 고기를 날것으로 먹었다가 기생충에 감염되기도 했다.
vodcas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