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비하 발언 보도 논란 확산…국방장관이 직접 성명 내고 진화 시도
바이든, 장남 군복무 거론하며 "내아들 호구 아냐" 맹공…트럼프 강력 부인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전용사 비하 발언 보도로 궁지에 몰렸다.
강력 부인하고는 있지만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성명을 내 진화에 나설 정도로 역풍이 거세게 불고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도 사과를 요구하며 화력을 집중했다.
논란의 발단은 3일(현지시간)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의 보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미군묘지 참배를 취소하면서 미군 전사자를 '패배자들'로 칭했다는 것이다.
'호구들'로 비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선 장병들을 군 통수권자가 조롱한 셈이다.
참전용사와 군복무에 대한 예우가 남다른 미국이라 곧바로 상당한 파장을 불렀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게시물이 잇따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참전용사들의 권익을 위한 비영리단체 '보트벳츠'(VoteVets)도 입장을 내고 군 통수권자에게서 나온 지독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에스퍼 장관이 직접 나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장병과 참전용사 및 가족에 대해 최고의 존경과 경의를 품고 있다. 그래서 그는 우리 병력을 더 지원하려 노력해온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군 통수권자의 발언에 따른 사기 저하와 논란 확산을 경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거듭 보도를 강력 부인하며 파장 차단에 애쓰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사과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안한다. 가짜뉴스다. 내게 그들(미군장병들)은 완전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애틀랜틱이 관심을 얻으려고 가짜뉴스를 지어낸 것"이라는 트윗도 올렸다. 전날 밤에는 취재진에 "스러진 영웅들에 대해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맹세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지율 격차 축소로 다급하던 바이든 후보는 당장 맹공에 나섰다.
그는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연설에 나서 201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의 군복무를 거론하면서 "그는 호구가 아니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아프가니스탄에 자식을 보냈던 사람들은 기분이 어떻겠나. 아들을, 딸을, 남편을, 아내를 (전장에서) 잃은 이들은 어떻겠나"라며 "역겨운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모든 군 가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참전용사 비하발언만 모은 광고도 즉시 내놓으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바이든 후보는 트윗에 이를 올리며 "우리 장병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그들을 이끌 수 없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애국심을 중요시하는 보수 및 중도성향 지지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는 사안이라 논란이 확산할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부분적 폭력 양상을 대대적으로 부각하며 '국민안전'을 외치는 전략으로 바이든 후보를 따라잡는 와중에 악재를 만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격으로 대응에 부심하던 바이든 후보로서는 호재를 만났다. 특히 비극적 가족사 중심에 있는 장남이 군복무를 했던 터라 바이든 후보에게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베트남전 포로로 고문당하고 귀환한 미국의 대표적 전쟁영웅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겨냥해 "나는 잡히지 않은, 패배자가 아닌 사람들이 좋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2018년 매케인이 사망한 후에도 계속해서 고인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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