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오랫동안 자신을 흑인이라 속이며 대학에서 강의하다 얼마 전 자신의 정체를 밝힌 백인 교수를 두고 해당 대학이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조지워싱턴대는 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제시카 크루그 역사학 교수에 대해 조사에 나섰으며 그의 수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크루그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은 북아프리카 또는 카리브해 출신 흑인, 미국 흑인 등이라며 주변을 속여왔으나 사실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난 금발의 백인 유대인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조지워싱턴대는 "크루그 교수가 남은 학기 동안 강단에 서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의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여러 선택지를 최대한 신속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일로 인해 학생, 직원 등 많은 분이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구성원들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크루그 교수는 자신이 흑인 행세를 해 온 이유에 대해 "어릴 적부터 해결하지 못한 정신건강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일각에서는 그가 미국 흑인 학계에서 각종 특혜를 누리려 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했다.
조지워싱턴대에서 크루그 교수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 등 흑인의 역사와 관련된 분야를 연구해왔다.
또 흑인 연구자들의 학회에 가입하고, 흑인의 정치·정체성과 관련한 학술서적을 출판해 흑인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과 프레데릭 더글러스의 이름을 딴 상의 최종 후보가 되기도 했다.
크루그 교수의 책을 펴낸 한 온라인 출판사의 하리 지야드 편집장은 "그가 내게 이 사실을 직접 전화로 알려오기 전까진 나의 친구 중 하나였다"면서 그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크루그 교수가 나에겐 뉴욕 브롱크스에서 자란 카리브해 출신 흑인이라 소개했다"면서 "살사 댄스도 모르고 뉴욕 억양도 이상하게 구사하는 등 여러 수상한 점이 있었지만, 주변 동료의 의심에도 나는 그를 믿고 방패막이 돼 줬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크루그 교수의 블로그가 소셜 미디어에 퍼지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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