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정부가 정책형 뉴딜펀드 등에 일반 국민 참여를 위한 유인책을 담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계기로 침체한 공모펀드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지 주목된다.
6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일반 국민은 민간 공모펀드를 통해 정책형 뉴딜펀드에 투자하거나 뉴딜 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정책형 뉴딜펀드의 자(子)펀드 운용사 선정 시 민간 공모펀드 참여를 제시한 운용사를 우대할 방침이다. 정부 재정이 먼저 후순위 투자를 해 일반 투자자들은 손실 10%까지는 원금이 보장되는 효과를 얻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뉴딜 인프라펀드'의 경우, 사모펀드 중심인 인프라펀드 시장에 공모 방식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공모펀드에 대해서만 저율 분리과세(9%)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최소 투자금액이 1억∼3억원이라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은 접근하기 어렵고 자산을 운용할 때 적용받는 규제도 공모펀드보다 적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 일반 투자자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뉴딜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자산 운용사들이 공모펀드를 설계할 여러 가지 유인책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에서 일반 국민의 참여가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건은 뉴딜 펀드가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흥행에 성공할 것인지다.
정책형 뉴딜펀드의 경우 정부가 "사실상 원금보장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고 나선 만큼 안전 추구형 투자자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평균 35%를 출자해 민간 자금 65%와 매칭하는 구조인데, 정부 재정 약 10%는 후순위로 출자해 위험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투자자로서는 수익률이 -10%까지 떨어지더라도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런 점을 근거로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원금 보장은 아니지만 사실상 원금보장 효과가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일부 자산운용사의 불법 행위와 대규모 부실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사모펀드와 달리,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가 조성하고 정책금융기관이 주관하는 펀드라는 점에서 금융사고나 불법 행위 가능성이 작을 것이란 기대도 가능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형 뉴딜펀드는 굉장히 안전성이 높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이 2%대 중반만 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뉴딜펀드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만큼 매력 있느냐,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정책형 뉴딜펀드를 '원금 보장 + 연 3% 안팎 수익률'로 설정할 계획이었으나 비판이 일자 다소 목표치를 낮췄다.
은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목표 수익률이 얼마다 사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겠으나, 정책형 뉴딜펀드는 국고채 이자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1년 정기예금 금리는 0.94%,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 0.92%, 1.52% 수준인데 이보다는 높게 잡겠단 것이다.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해도 만약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다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딜 분야 특성상 불확실성이 크고 투자 기간이 길다는 점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여유자금이 많지 않은 일반 투자자는 목돈을 장기간 묶어두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펀드 투자 대상으로 수소충전소, 수소·전기차 개발 프로젝트,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시설 등을 제시했는데 수익이 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분야로 평가된다.
지금이야 당정이 힘있게 뉴딜펀드를 추진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이명박 정부의 '녹색펀드'나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처럼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도 없지 않다.
또 정책형 뉴딜펀드가 정부의 손실 흡수 범위를 넘어 10% 이상 손실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일차적으로 손실을 흡수해준다는 것이지 수익을 준다는 것은 아니다"며 "민간 투자 마인드가 아닌 정책 마인드로 펀드를 운용할 경우 눈먼 돈이 되고 수익이 전혀 안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뉴딜펀드가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침체한 공모펀드 시장 전체의 활성화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모펀드 설정 금액은 2014년 말 204조2천654억원에서 2019년 말 237조2천200억원으로 지난 5년간 16.1% 성장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 설정 금액은 173조133억원에서 412조4천90억원으로 138.4% 늘었다.
신 교수는 "공모펀드 수익률이 낮은 데다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편리한 대안도 다수 시장에 등장한 상황"이라며 "뉴딜펀드는 굉장히 특수한 하나의 공모펀드이고, 공모펀드 시장 전체가 잘되려면 다른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도 "뉴딜펀드는 꽤 인기를 끌 수 있는 펀드이지만 이외의 공모펀드에까지 파급효과 나타나기엔 한계가 크다고 본다"며 "나머지 공모펀드 시장은 계속해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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