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수검사 후 '수영장 파티' 열 정도로 긴장 완화…학생들도 학교로
"고난 끝에 돌아온 일상 더욱 소중"…'코로나 발원지' 지적엔 '발끈'
[※ 편집자 주 :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이 이뤄진 중국 우한을 찾아가 최근 상황을 현장 취재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봉쇄 직전의 긴박했던 우한의 상황 역시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우한의 현재 모습에서부터 재기를 위해 노력하는 현지 한국 교민들의 사연까지 네 꼭지의 현장 르포 기사를 송고합니다. ]
(우한=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우한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곳이지만 (확산 방지를 위한) 통제가 가장 엄격했던 지역입니다. 이젠 여기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시 최대 번화가인 한제(漢街) 거리에서 만난 회사원 슝(熊·22)씨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가장 먼저 겪은 도시 우한은 이제 어느 곳을 가도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모습을 거의 회복한 모습이었다.
◇ 번화가엔 수만 인파…"사람 적은 데서는 마스크 안 써"
토요일인 지난 5일, 서울의 명동과 같은 번화가인 한제에는 줄잡아도 수만명이 넘는 인파가 넘실거렸다.
길이가 1.5㎞에 달하는 보행가 양편으로 늘어선 의류·패션용품·화장품 등 제품을 파는 가게마다 드나드는 손님들이 적지 않아 보였다.
한제 초입에 자리 잡은 대형 백화점 완다(萬達)광장에도 코로나19 발생 전처럼 주말을 맞아 많은 고객이 찾아왔다.
4층의 한 식당 점원은 가게 앞 대기 의자에 줄지어 앉은 고객들을 가리키면서 "40명 넘게 기다리고 있어 입장하려면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행인이 대체로 바깥에서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다. 하지만 더러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썼더라도 얼굴 밑으로 마스크를 내려 코나 입을 드러낸 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슝씨는 "사람이 밀집하지 않고 비교적 적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기도 한다"며 "지금은 (코로나19) 통제가 잘 돼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우한의 한 워터파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수천명이 다닥다닥 모여 '풀 파티'를 여는 모습이 보도돼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유행 중인 다른 나라에서 봤을 때는 놀라운 모습이지만 우한 시민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했다.
우한시는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1일까지 1천만명에 가까운 시민을 상대로 코로나19 확진 '전수 검사'를 벌여 300여명의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냈다.
이후 우한에서는 석 달 넘게 새로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위원회에 따르면 우한을 포함한 중국 본토에서 이달 6일까지 22일째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중국은 코로나19 종식 단계에 가까워졌다.
우한 코로나19 대폭발 이후에도 수도 베이징(北京)과 랴오닝성 다롄(大連),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 등 몇몇 곳에서 코로나19가 산발적으로 다시 확산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코로나19 확진 환자 발생 지역을 철저히 봉쇄하고 주민들을 자택에만 머무르게 한가운데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가 추가로 대규모 확산하는 것을 막고 있다.
세계 어느 대도시에서도 우한과 같은 전수 검사가 이뤄진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우한 시민들은 이제는 자기 도시가 다른 곳보다 더욱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식당에서 만난 회사원 장(張)씨는 "전 우한 시민뿐만 아니라 모든 외부인을 대상으로도 검사를 했다"며 "절대 안전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우한은 이제 상대적으로는 안전한 곳"이라고 말했다.
◇ 학생들도 반년 만에 학교로…코로나19 재확산 경계심은 여전
다만 우한시 당국은 여전히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우한시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대비해 과거 사용하던 일부 임시 병원을 비상용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적지 않은 시민들 역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장씨는 "코로나19가 추워지는 11월에는 다시 재발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 곳곳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장비도 대폭 구축되어 있었다.
기차역과 학교, 백화점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자동으로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 착용 여부까지 자동으로 판정하는 장비들이 대거 설치됐다.
기차역과 공항 등 장소를 드나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코로나19 확산 위험 지역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스마트폰 '건강 코드'를 제시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우한의 초·중·고교와 대학교 학생들도 9월을 맞아 일제히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중이다.
우한의 각급 학교 개학은 우한의 경제·사회가 이제 완전한 정상 단계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3일 찾아간 창춘제(長春街) 소학교(초등학교)에서는 붉은 스카프인 훙링징(紅領巾)을 목에 두른 어린이들이 오랜 만에 등교해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듣고 있었다.
우한의 학생들은 코로나19 확산 탓에 지난 1월부터 반년간 반년 넘게 학교에 못 가고 집에서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을 이용해 원격 수업을 해왔다.
지난 1월 23일부터 4월 7일까지 76일간 고강도 봉쇄 조치를 겪은 우한 시민들은 돌아온 일상의 소중함을 각별히 느끼고 있다.
갑작스러운 봉쇄 선포 이후 우한에서는 코로나19 환자들이 급증해 많은 환자가 병원 문턱을 밟아 보지도 못하고 병세가 악화해 집에서, 심지어 거리에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사태가 절정으로 치달았을 때 우한 의료 기관과 현지 정부 기능은 거의 붕괴의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우한시에서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총 3천869명이 숨졌다. 이는 중국 전체 사망자 4천634명의 83%에 달한다.
언니와 황허러우(黃鶴樓)에 산책을 온 한(韓)씨는 "우한 시민들이 고난을 겪으며 현재의 아름다운 생활을 다시 쟁취했다"며 "확실히 전염병이 겪으면서 지금의 생활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 "코로나 발원, 억울하게 누명 쓴 느낌"
이런 가운데 중국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원'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강력히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우한에서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이 먼저 시작됐다고 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을 포함한 중국에서 생겨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노르웨이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많은 정보와 연구는 이 질병이 다른 곳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자들의 이런 발언은 보통 중국인들의 인식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었다.
한씨는 '우한 코로나19 발원지 주장에 관한 견해를 묻자 "우한은 전염병의 피해자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봤다"며 "우한은 절대 바이러스가 생겨난 곳이 아닌데 억울하게 누명을 쓴 느낌"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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