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대선 불복 시위' 약 한달째 지속…"10만명 이상 참가"(종합2보)

입력 2020-09-07 03:29   수정 2020-09-07 07:08

벨라루스 '대선 불복 시위' 약 한달째 지속…"10만명 이상 참가"(종합2보)
민스크서 시위대 대통령 관저까지 진출…"경찰, 시위 참가자 130여명 체포"
"야권 활동가 폴란드로 강제출국"…루카셴코 대통령-야권 대치 국면 이어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장기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압승으로 나타난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야권의 불복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에도 수도 민스크에서 1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가한 대규모 저항 시위가 계속됐다.
시위대는 시내 중심가인 '독립대로'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관저가 있는 '국기광장'(State Flag Square)까지 행진하며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폭동진압부대 오몬(OMON) 대원들이 철조망을 친 채 지키고 있는 대통령 관저 몇m 앞까지 접근했다.
시위대는 소나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몇 시간 동안 경비대와 대치하며 신경전을 벌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시위대와 진압 경찰 간 대규모 충돌은 없었으나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돼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인권단체 '베스나'(봄)는 이날 민스크 시위 현장에서 130명 이상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밝혔다.
목격자들은 운동복을 입고 복면을 한 사람들이 시내 카페와 상점 등을 돌아다니며 '백색-적색-백색'의 야권 상징깃발을 든 사람들을 체포했다고 증언했다.
민스크 외에도 서남부 도시 브레스트와 서부 도시 그로드노, 동부 도시 모길료프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으며 일부 참가자들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전날에도 민스크 시내에서 대학생과 여성들이 중심이 된 저항 시위가 벌어졌다.
벨라루스에선 지난달 9일 대선 이후 루카셴코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시위대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저항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앞서 벨라루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80.1%의 압도적 득표율로 10.1% 득표에 그친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권은 실제론 티하놉스카야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면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자진 사퇴와 재선거 실시를 요구하며 저항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서방도 벨라루스 대선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야권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그러나 야권의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면서 서방의 지원을 받는 야권이 '정권 찬탈'을 시도할 경우 강경 대처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전문을 보낸 이후 벨라루스 대선이 합법적으로 치러졌다는 자체 평가를 고수하면서, 서방의 벨라루스 사태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신변 안전 위협 때문에 리투아니아로 출국한 야권 대선 후보 티하놉스카야의 대리인을 맡아오면서 야권이 정권 이양을 위해 창설한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으로도 활동해온 올가 코발코바는 이날 자신이 당국에 의해 폴란드로 강제 출국당했다고 밝혔다.
불법시위 조직 혐의로 15일 동안 구류를 살았던 코발코바는 이날 구치소에서 곧바로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으로 이송돼 출국 수속을 밟도록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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