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의 한 지방 도시가 주민들의 행동에 '문명 점수'를 부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려다 인권침해와 사회통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7일 글로벌타임스와 펑파이 등 중국매체에 따르면 저장성 쑤저우(蘇州)시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주민 관리를 위해 만든 '쑤청마(蘇城碼)' 프로그램에 최근 '문명 코드(文明碼)' 기능을 추가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평가항목은 교통 및 자원봉사 두 가지인데, 음주운전이나 신호 위반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점수를 깎고 자원봉사활동을 할 경우 점수를 준다는 식이다.
다른 평가항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쓰레기 분리수거나 온라인 활동, 식품 절약, 준법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내용이 공개된 후 중국 온라인 상에서는 평가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당국의 권력 남용과 형식주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점수를 매겨서 주민들의 문명화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일방적인 조치이자 인권 침해이며, 문명화 점수가 높은 사람이 향후 더 많은 사회적 편의를 누리게 되는 게 공평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쑤저우시 관계자는 이 시스템은 시험단계일 뿐이라고 한발 물러서며, 지원자를 대상으로 선행을 장려하는 것이고 입학·취업·주거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다.
또 "공권력이 과도하게 사생활과 도덕 영역에 개입하는 데 대한 걱정이 있다"면서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외부의 오해가 생겼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점수가 낮을 경우 이를 신중히 고려하고 점수가 높을 경우 대중교통 이용 등에서 혜택이 있을 수 있다면서, 수정·보완을 거쳐 여건이 성숙되면 다시 시험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사회과학원 인권연구센터 류화원(柳華文) 집행주임은 이번 논란에 "중국인들의 인권 의식이 높아지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 수립시 사생활을 존중하고 권력과 주민 권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더 주의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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