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 후보 티하놉스카야 "정권의 테러, 굴복하지 않을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장기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압승으로 나타난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야권의 불복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루카셴코 퇴진 운동을 이끌어온 야권 인사들이 한꺼번에 실종돼 논란이 일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대선 불복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야권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 3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이날 오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시내에서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 마리야 콜레스니코바가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콜레스니코바는 지난달 대선에 입후보하려다 체포된 전 은행가 빅토르 바바리코의 선거운동본부장을 맡았다가 바바리코 수감 후 유력 여성 야권 후보였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지원해 왔다.
한 목격자는 현지 언론에 이날 아침 민스크 시내에서 괴한들이 콜레스니코바를 미니버스에 강제로 태워 어딘가로 떠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벨라루스 경찰은 콜레스니코바를 연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뒤이어 조정위원회 공보서기 안톤 로드녠코프와 조정위원회 집행서기 이반 크라프초프 등의 야권 인사들도 연락이 두절됐다.
야권에선 당국이 이들을 연행했거나 납치 후 외국으로 강제 출국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날에는 조정위원회 다른 간부회 임원 올가 코발코바가 당국자들에 의해 폴란드로 강제 출국당했다고 밝혔다.
코발코바는 신변 안전 위협 때문에 리투아니아로 출국한 야권 대선 후보 티하놉스카야의 대리인을 맡아왔다.
티하놉스카야 후보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루카셴코) 정권이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콜레스니코바와 로드녠코프, 크라프초프 등의 납치는 조정위원회 활동을 저해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권은 협박으로만 행동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것이 우리를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며 투쟁을 계속해 모든 정치범의 석방과 새로운 정직한 선거 실시를 쟁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정위원회는 야권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 시위가 번져가던 지난달 14일 티하놉스카야의 제안으로 창설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조정위원회를 '권력 찬탈 시도'라고 비난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경고했었다. 사법당국은 조정위원회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벨라루스 경찰은 전날 수도 민스크를 포함한 전국 주요 도시들에서 벌어진 야권 시위에서 633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벨라루스에선 지난달 9일 대선 이후 루카셴코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시위대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저항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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