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나경 엔스타 대표 "한국인 창의력 가미한 좋은 콘텐츠로 승부"
한중 합작 드라마·영화 이어 숏드라마로 중국 시장 공략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연기자는 누군가 찾아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제작은 내가 열심히 뛰면 성과를 낼 수 있어 이 길을 택했죠."
배우 생활을 계속했다면 스타가 됐을 수도 있던 한국인 여성이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누비면서 숏드라마(短劇.편당 20분 미만의 짧은 드라마) 영역을 개척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 주인공은 남나경 엔스타(ENSTAR) 대표로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MBC 22기 공채 탤런트 출신이다.
'카레이스키', '백야 3.98', '사랑과 결혼'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고 공채 동기에는 심은하, 차인표, 양정아 등 유명 스타들이 즐비하다.
그가 중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어릴 적 류더화(劉德華·유덕화) 등 중화권 배우들에 대한 관심과 한류 붐 때문이었다.
1999년 중국에 단기 어학연수를 왔다가 중국이 너무 좋아 중국 연예계의 등용문인 베이징 전영학원 석사 과정을 밟게 됐다.
남나경 대표는 "류더화의 천장지구라는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어릴 적부터 중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전영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하던 당시 한국의 아는 감독이 중국에서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해서 여기에 참여한 게 중국 사업의 계기가 됐죠"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2003년 최초 한중 합작 드라마 '마술기연'을 제작해 성공을 거뒀다.
중국중앙TV와 MBC가 주최한 한중 수교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제작했고 이정현, 강타, 동방신기, 슈퍼 주니어 등 많은 한국 가수들의 중국 공연도 진행했다.
2015년에는 엑소 찬열과 소녀시대 서현이 출연한 중국 영화 '그래서는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를 기획, 제작했으며 중국 예능 프로그램 '환락희극인', '희극총동원' 대본 개발에도 참여했다.
2005년에는 의류 사업에도 손을 뻗어 한국 의류 브랜드인 ASK의 중국 내 매장을 33개까지 늘린 적도 있다. 2009년 다롄(大連) 패션축제에서는 '중국 100대 의류 영업상'까지 받았다.
최근 남나경 대표의 관심은 온라인이다.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중국판 넷플릭스'인 아이치이(iQIYI)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급속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플랫폼에는 방영 시간이 긴 기존 드라마보다는 짧게 구성된 5~10분짜리 숏드라마가 통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국의 제작 기술을 접목한 웹 드라마를 구상하게 된 것이다.
첫 작품은 중국인 배우들과 한국의 촬영팀 및 작가들이 투입된 '청춘 혈액형 관찰일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천신만고 끝에 촬영을 마친 뒤 이달 중 아이치이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이어 '그래서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의 웹 드라마판을 준비 중이며 중국판 '막돼먹은 영애씨'도 기획하고 있다.
남나경 대표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및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해온 자신의 중국 진출 노하우를 한국에 알리려는 작업에도 열심이다.
코트라의 '중국 고급 브랜드 시장 조사', '중국 시장 개척 방법' 등을 강의했으며 2009년에는 서울예대 중국 학생 선발 심사위원을 맡았다.
남 대표는 "왜 한국에서 하지 중국에서 일하고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은 세상 어디에 있든 좋은 콘텐츠만 제작하면 통하게 돼 있어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인의 창의력을 가미한 좋은 콘텐츠를 계속 만들 테니 기대해주세요"라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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