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 수십만에이커 불타고 주민 수천명 대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서부 해안에 나란히 맞붙은 3개 주(州)에서 약 40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일대를 황폐화하고 있다고 CNN 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강한 바람 속에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수십만에이커의 땅이 불탔고 주민 수천명이 대피했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전날인 8일 저녁 주민 수천명이 불길을 피해 대피했다고 밝혔다.
오리건주에서 23만여에이커(약 931㎢)의 땅을 불태운 산불은 포틀랜드 남쪽의 클래커머스카운티 지역과 잭슨카운티의 메드퍼드·피닉스 등지의 주택을 위협하고 있다. 클래커머스카운티는 8일 비상상황을 선포했다.
브라운 주지사는 "일부 지역에서는 상황이 너무 어렵고 위험해서 소방관들조차 대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 주지사는 자신이 취임한 이래 거의 해마다 기록적인 산불이 일어나고 있지만 올해는 특히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이번은 틀림없이 한 세대에 한 번 일어날 만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오리건주에서는 최소 7건의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올해 들어 산불로 불탄 면적이 220만에이커(약 8천903㎢)로 이미 연간 기록을 경신한 상황이다. 이는 서울 면적(약 605㎢)의 14.7배에 달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소방국(캘파이어)은 그러나 올해 아직도 산불 시즌이 넉 달이나 더 남았고 지금도 약 20개에 달하는 대형 산불이 맹렬히 타오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의 제시 밀러 대령은 폭염과 강풍, 낮은 습도, 가뭄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황을 거론하며 "이것은 아마도 캘리포니아가 경험한 가장 도전적인 산불 시즌일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산불은 북쪽부터 멕시코 국경 지역까지 1천287㎞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주 중부 마데라·프레즈노카운티의 산맥의 '크리크파이어'는 지난 4일 시작된 뒤 15만2천에이커(615㎢)를 태우고 최소 360동의 구조물도 파괴했다.
시에라국립산림에서는 산불로 고립된 사람 385명과 동물 27마리가 헬리콥터로 구조됐다.
프레즈노카운티에 따르면 주민 3만명 이상이 화재로 대피했다.
또 로스앤젤레스(LA) 일원에서는 '밥캣파이어'가 발생해 1만300에이커(약 42㎢)를 태우면서 LA 동북쪽의 패서디나 일부 지역 등에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샌버나디노카운티에서 발생한 '엘도라도파이어'도 피해 면적이 1만1천에이커(약 45㎢)로 확대된 가운데 19%가 진화됐다고 소방 당국은 밝혔다.
워싱턴주에서는 최근 12차례의 산불 시즌에 불탄 면적보다 더 많은 땅이 7일 하루 동안 산불에 소실됐다고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가 밝혔다.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 면적이 33만에이커(약 1천335㎢)다.
워싱턴주 동부의 몰든에선 산불이 마을을 덮치며 주택과 소방서·우체국·시청·도서관 등 공공 인프라의 80% 이상이 파괴됐다.
인슬리 주지사는 "우리는 이 산불들 거의 전부가 어느 정도 사람에 의한 인재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변화하는 기후와 함께 우리가 살아가야 할 새로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부로 영향권에 든 인원이 3천만명이 넘는 워싱턴·오리건·캘리포니아·네바다·애리조나주 등 5개 주 일부 지역에는 적기(red flag) 경보가 내려져 있다. 이는 강한 바람과 건조한 대기 등으로 산불이 시작되거나 확산될 상황이 임박했거나 이미 닥쳤다는 뜻이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미 서부 지역에서는 현재 85건이 넘는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이며 그중 40개가 서부 해안의 주에서 불타고 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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