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탓 척추동물 수난시대…50년간 개체수 68% 격감(종합)

입력 2020-09-10 16:39  

인간 탓 척추동물 수난시대…50년간 개체수 68% 격감(종합)
농경지 확대·남획 등이 원인
중남미 열대에선 94% 줄어
야생동물 접촉 늘어 팬데믹 공포도 자극
"인류의 보존 노력으로 최대 48개종 멸종 면했다" 희망 메시지도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홍준석 기자 = 인간의 무분별한 동물 서식지 파괴와 남획 등으로 50년에 못 미치는 기간에 지구상의 척추동물 개체수가 70% 가까이 급감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제시됐다.
10일 AFP통신에 따르면 세계자연기금(WWF)과 런던동물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구생명보고서'(Living Planet Report) 2020을 발간했다.
격년제로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이번에 13번째를 맞았으며, 4천여종의 척추동물 개체 수를 추적해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6년까지 46년간 포유류와 조류, 어류, 파충류, 양서류 등 지구상의 척추동물 수는 68% 급감했다.

특히 중남미 열대지역에서는 이 같은 척추동물의 94%가 감소하는 등 가장 큰 피해가 발생했다.
동물 서식지 파괴, 어류 남획, 자연자원의 지나친 사용 등이 동물 수 감소의 주요 요인이 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마르코 람베르티니 WWF 사무총장은 "수백만년 동안 동물들이 지구상에 살아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상황은 정말이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 인간의 생태계 침해는 지구의 자원 재생산능력보다 작았다고 할 수 있으나, 이제는 그 자원 재생산능력을 50% 이상 넘어섰다. 인간이 지구의 자원을 과소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동물 개체 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삼림, 초지 등을 파괴해 농경지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로 인해 수많은 동물이 서식지를 잃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모든 토양의 3분의 1, 담수의 4분의 3이 식량 생산에 쓰이고 있으며, 해양 어류자원의 75%가 남획되고 있다.
더구나 동물 서식지의 감소로 인간이 야생동물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인수공통 감염병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40여개 비정부기구(NGO)와 연구기관은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글에서 "생물 다양성이 일단 감소하면 이를 복원하는 것은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생물 다양성 복원에는 앞으로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려는 인류의 노력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최근 보존학회지(Conservation Letters)에는 생물다양성협약(CBD)이 발효한 1993년 이래로 인류의 복원 노력과 법적 보호를 통해 멸종을 면한 조류와 포유류가 최대 48개 종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를 주도한 국제 조류보호단체 '버드라이' 인터내셔널'과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오른 멸종 위기 포유류와 조류 81개 종의 개체 수와 추세, 위협요인, 보존 노력을 분석했다.
이들은 분석 결과 조류 21∼32개 종, 포유류 7∼16개 종이 법적 보호와 기존 자생지 복원, 동물원을 통한 개체 수 보존 등으로 멸종 위기를 면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러한 보존 노력을 통해 멸종되지 않은 동물로는 스페인 스라소니, 캘리포니아 콘도르, 피그미 호그 등이 있다.
1960년에 멸종됐던 몽골의 야생말 프르제발스키는 1990년대 자생지 복원 노력을 통해 개체 수가 760마리까지 늘어났다.
1975년 13마리밖에 남지 않았던 푸에르토리코 아마존앵무도 한 공립공원에 둥지를 다시 틀어 복원되고 있다. 다만 야생에 남아있던 개체들은 2017년 허리케인에 휩쓸려 절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인류의 노력이 없었다면 조류와 포유류가 멸종할 확률이 3∼4배 높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의 수석 과학자인 스튜어트 부차트는 "미래의 생물 다양성 감소를 막고 건강한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이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눈 주위에 검은 원이 있어 '바다의 판다'로 불리는 바키타돌고래처럼 여전히 불법조업에 노출돼 위급(Critically Endangered·CR) 종으로 평가받고 있는 종들도 있었다.
IUCN의 종보존위원회 태스크포스를 이끄는 뉴캐슬대의 필 맥고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한 줄기 희망의 빛"이라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멸종하는 동물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맥고완 교수는 "유례없는 수준의 생물 다양성 손실을 경험하고 있다"면서도 "충분한 의지를 갖추고 지금 바로 행동한다면 멸종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ssahn@yna.co.kr
honk02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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