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천기누설 본능…트럼프 '핵무기 구축' 발설 후폭풍

입력 2020-09-11 17:07  

참을 수 없는 천기누설 본능…트럼프 '핵무기 구축' 발설 후폭풍
우드워드 신간서 2017년 북미갈등 거론 와중 언급 도마…"국가안보 우려 증폭"
'기밀 불감증·과시욕' 기밀누설 패턴 반복…외국정상과 휴대전화 통화 즐겨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 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던 2017년 미국 당국의 비밀 신형 핵무기 시스템 구축 사실을 '발설'한 것을 두고 또다시 천기누설 논란에 휘말렸다.
전통적 외교 프로토콜에 대한 '부정' 및 특유의 과시욕과 맞물린 '일급비밀 유출 본능'을 다시 한번 드러내면서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NN방송은 11일 '핵에 대해 떠들고 싶어하는 트럼프의 욕구가 불안감을 유발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만이 밝힐 수 있는 기밀 사항에 대한 '우리끼리 이야기인데' 식의 힌트는 직무상의 또 다른 특전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출신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 담긴 지난해 12월 5일 자 인터뷰에서 2017년 북한과의 전쟁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회상하면서 "나는 이 나라에서 아무도 갖지 못했던 무기 시스템인 핵을 구축했다"고 '과시'한 것을 두고서다.
CNN은 "트럼프가 그간 폭로해 국가안보 기관의 우려를 유발한 정보들 중 이번 건은 꼭 가장 쇼킹한 폭로는 아니었다"면서도 대화상대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거나 자신의 위상을 전달하기 위해 때때로 정부의 기밀정보를 활용하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호도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접근권을 제공하면 자신에 대한 긍정적 묘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서 우드워드에게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제공한 데 이어 백악관 관저에서 밤에 자주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에 더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포함, 대화의 상당 부분은 일급비밀 정보에 대한 자신의 내부자 지식 및 접근권을 내세워 베테랑 언론인을 감화시키려는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핵무기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면서도 이번 공개가 미국 안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큰 우려를 표출하진 않았다고 CNN은 보도했다.
당장 민주당은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공개'가 우드워드 책에 있는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라며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상원 정보위원장 대행인 공화당 마코 루비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기밀도 해제할 수 있으며 어떠한 프로그램이든 공개할 권한이 있다고 엄호했다.
또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이 하지 않으려고 했던 방식으로 무기 시스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도 "그가 우리의 적성국들이 이미 알지 못했을 어떠한 것을 얘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기밀정보 '폭로'는 비밀이 유지된다는 조건으로 민감한 정보를 공유한 전 세계 파트너들에 대한 신뢰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또한 이미 악화한 미국 정보기관들과의 관계를 더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비롯, 여러 국가 정상과 개인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 멕시코 정상에게도 자신의 전화번호를 건넸으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는 백악관의 표준 프로토콜을 깬 채로 자주 통화를 해왔다고 한다.
휴대전화 통화는 기존의 외교 프로토콜을 깨트리는 통상적이지 않은 접근법으로, 미국 최고사령관의 통신 안전 및 기밀 유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고 CNN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도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직통전화번호를 주고받았으며 몇차례에 걸쳐 "김정은과 통화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실제 핫라인 성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전직 백악관 당국자는 CNN에 "우리는 그가 관저로 들어간 이후에는 누구와 통화하는지 결코 알지 못한다. 이는 큰 우려 사항이었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대통령이며 최종 의사결정권자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천기누설'은 취임 이후 반복돼온 패턴이기도 하다.
지난 5월에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과 관련, 기존보다 17배 빠른 기막힌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깜짝 발언으로 국방 당국자들을 당혹케 했다.
또한 지난해 8월 러시아에서 발생한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관련 폭발을 공개적으로 확인하며 "우리는 더 진전된 기술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같은 달 말 이란 우주센터의 로켓 발사대에서 로켓 폭발 흔적이 관측된 데 대한 미국의 관여 의혹을 부인하면서 발사장 모습이 담긴 이미지를 공개, 미국의 군사기밀 누출 논란에 휩싸이는 등 트위터를 기밀정보의 공개 공간으로 활용해오기도 했다.
집권 초기인 2017년 5월에는 백악관에서 러시아 외무장관·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나 "나는 엄청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자랑하며 이슬람국가(IS) 관련 극도의 기밀정보를 유출, 후폭풍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보안사항이었던 한반도 주변 핵잠수함 배치를 자랑, 백악관 인사들을 긴장시켰다고 CNN은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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