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악몽 되살아나, 특별한 헌신 약속…미국은 어떤 위협에도 맞설 것"
바이든, 뉴욕 이어 펜실베이니아서 추모…"희생자 의지 과소평가 안돼"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섕크스빌에서 열린 9·11 테러 19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2001년 9·11 당시 뉴욕 세계무역센터(WTC)는 물론 워싱턴DC 인근 국방부와 섕크스빌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테러가 발생했다.
섕크스빌은 유나이티드항공 93편이 추락한 곳이다. 당시 테러범들은 이 항공기를 미 국회의사당에 추락시키려 했지만, 승객들의 사투로 이곳 들판에 추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고통과 악몽이 되살아나고 상처가 다시 시작되며 마지막 소중한 말들이 마음속에서 계속 들려오고 있다"며 "우리는 여러분의 고통을 지울 수 없지만, 여러분 어깨의 짐을 짊어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 마음속의 공허함을 채울 수도, 끔찍한 슬픔을 지울 수도 없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면서 이 신성한 장소에 왔다"며 "여러분이 그렇게 원하고 필요로 하는 변함없는 사랑과 지지, 모든 미국인의 특별한 헌신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유나이티드항공 93편 희생자 40명의 헌신을 설명하면서 "테러범들이 우리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했을 때 이들은 가장 미국적인 일을 했다"며 "조종석으로 달려가 완전한 악에 맞섰고, 그들의 마지막 행동은 수도를 구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영웅들은 어떤 위험과 위협, 역경에도 미국은 항상 일어서고 당당히 맞서 싸울 것임을 영원히 일깨워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날 뉴욕시 경찰과 소방관 등 400명이 넘는 긴급 대응요원들이 생명을 바쳤다"며 "그들의 특별한 희생과, 미국을 안전하게 지킨 모든 긴급 구조요원들을 기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과 헌화하는 행사도 가졌다.
청중들은 좌석 간격을 널찍이 띄우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비한 모습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안 썼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 탑승해 당시 첫 테러 공격이 이뤄진 시간인 오전 8시 46분에 맞춰 참모들과 함께 묵념했다.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 무장단체에 억류된 70여명의 인질 구출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토머스 페인 육군 원사에게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했다.
명예훈장은 수훈을 세운 전투원에게 의회 명의로 미 대통령이 주는 최고의 국가 훈장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같은 시각 뉴욕의 옛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도 함께했다.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바이든 후보는 행사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엄숙한 날"이라며 "오늘 어떤 뉴스도 만들지 않을 것이며, 9·11 이외에는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찾았던 섕크스빌 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희생자 가족들과 대화하는 등 추모를 이어갔다.
바이든 후보는 이곳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삶을 내려놓겠다는 희생자들의 의지를 과소평가하긴 힘들다"며 "그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추모를 마친 바이든은 인근 소방서를 찾아 케이크 등 먹을거리와 맥주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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