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노선 바이든에 불만 우회 표출
진보층 공략 위해 "좌파 공약에 더 집중해야"
바이든, 트럼프의 '급진 좌파' 프레임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조 바이든 후보에게 좀 더 진보적이고 공격적인 선거 캠페인에 나서지 않으면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샌더스 의원은 13일(현지시간) MSNBC 인터뷰에서 "바이든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훌륭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단지 트럼프를 공격하는 것보다 캠페인에서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구체적으로 바이든 후보가 대선까지 남은 선거 캠페인 기간에 최저임금 인상, 조제약 가격 인하, 의료보험 확대 등 서민 살림살이에 관한 경제 정책에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라틴계 및 젊은 유권자층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면서 "많은 라틴계, 아프리카계가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지만, 그들은 투표 자체를 안 할 수 있다"며 "그들을 어떻게 투표장으로 데려오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샌더스 의원은 전날 PBS 인터뷰에서도 "(바이든 후보에게) 이번 선거는 질 가능성이 없는 '슬램덩크'(성공이 확실한 것)라고 말하려고 이 자리에 내가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샌더스의 이런 발언은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된 뒤 본격적인 대선 캠페인에 나선 바이든 후보가 줄곧 중도 성향의 정책 노선을 유지하는 데 따른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2일자 기사에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샌더스 의원이 최근 바이든 후보의 선거 캠페인 전략에 우려를 표하면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공약을 강화해야 한다고 바이든 캠프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후보가 현재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고 해도, 모호한 중도 노선을 계속 유지해 나간다면 실제 11월 대선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 전문 매체인 더힐도 샌더스 후보가 최근 바이든 후보에게 좀 더 좌파적, 진보적인 정책 노선에 초점을 맞추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는 보통 선거 캠페인 후반부로 갈수록 후보들이 온건파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선거 전략의 톤을 조정하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바이든과 끝까지 남아 경쟁 구도를 형성했으나 대의원 확보에서 크게 밀리자 결국 지난 4월 8일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다.
강성 진보 성향인 샌더스 의원은 바이든 후보가 선거에서 확실히 이기려면 자신의 지지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 입장에서는 샌더스의 진보 공약을 받아들이면 트럼프 대통령의 '급진 좌파'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고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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