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 고문 황치판 주장…위안화 국제화 서두르는 중국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전직 고위 관리가 자국의 경제 영향력 확대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최대한 활용해 위안화 국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14일 상하이증권보 등에 따르면 충칭(重慶)직할시 시장을 지낸 황치판(黃奇帆)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지난 12일 시안(西安)에서 열린 경제 포럼에서 "일대일로 관련국과의 위안화 스와프, 청산결제 시스템 구축을 바탕으로 이들 국가와의 무역과 투자를 추진할 때 가능한 한 위안화로 가격 책정, 지불, 정산 등을 해야 한다"며 "(위안화)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위안화 국제화를 더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부이사장은 작년 말까지 중국이 일대일로 협력국 중 21개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으며 8개국과는 양자 청산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황 부이사장은 현재 국제 지급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1.76%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세계 1위 무역 대국인 중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대일로 협력국들의 외화보유액에서 위안화 차지 비중 역시 적극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표적 경제 관료이던 황 부이사장은 현재 중국 정부 고문 역할을 하면서 대외적으로 중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황 부이사장의 이번 발언은 중국이 미국과 갈등 악화에 대비해 위안화 국제화를 부쩍 서두르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에서는 비록 현실 가능성은 낮아도 미국이 '달러 패권'을 이용해 중국을 달러 중심의 국제결제망에서 퇴출하는 극단적인 공세를 감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팡싱하이(方星海)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차관)은 지난 6월 공개 포럼에서 "위안화 국제화는 향후 외부 금융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리 계획을 마련해야 하고, 우회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강한 자본 계정 통제 탓에 지난 십여년간 무역과 투자 분야에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그렇지만 미국의 금융 제재 위협이 고조되면서 (위안화) 긴박하게 국제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진영 국가들을 중심으로 달러 중심의 질서를 변경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중국은 우선 러시아, 인도를 끌어들여 총인구가 30억명에 달하는 SWIFT 대안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중국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하려는 법정 디지털 화폐 역시 위안화 국제화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서방권과의 무역에서도 막대한 구매력을 앞세워 위안화 사용을 늘려 가려 한다.
영국 석유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지난 7월 위안화를 받고 중국에 원유 300만 배럴을 인도했다.
글로벌 메이저 석유 회사가 달러화 대신 위안화로 석유 판매 대금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위안화 국제화의 진전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회자됐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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