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드워드 '격노' 소개…비핵화 협상 난항 예고
김정은에 "누구보다 핵 관련 장소 잘 알아" 과시
북측 인사들 '정자세' 부러워하는 듯한 발언도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이재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라는 단어에 불편해했다고 회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의 일부 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미국 언론들의 발췌문 보도를 통해 앞서 알려졌던 '김 위원장에게 북한의 핵무기는 너무 사랑해서 팔 수 없는 집'에 빗댔던 소위 '부동산 비유' 발언과 맞물려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회담 당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는 '비핵화'라는 단어에 힘들어했다. 그는 합의에 서명했다. 나에게 약속했다"며 "그러나 그는 진짜로 힘들어했다. 주춤거렸다"고 말했다.
당시 두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4개 조항의 하나로 들어간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항목과 관련, 김 위원장이 합의 과정에서 비핵화라는 표현에 불편해했다는 뒷얘기를 트럼프 대통령 입으로 전한 셈이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언급을 소개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핵무기 포기를 꺼리는 것과 관련해 부동산 비유를 구사했다면서 "그것은 집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정말로 비슷하다. 그들은 그저 그것(집)을 팔 수 없다"는 발언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돌아온 직후인 2018년 6월 13일 트위터를 통해 "더는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고 장담하는 등 공개적으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대북 외교 치적을 세일즈했다. 하지만, 실은 첫 대좌에서부터 김 위원장의 태도에서 비핵화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지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에 관한 한, 어떠한 나의 사람들보다 당신의 (핵 관련) 모든 장소를 더 잘 알고 있다"고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공학을 가르치고 1983년 국가 과학 훈장을 받은 물리학자였던 삼촌 존 트럼프(작고)를 자신에게 다시금 상기시키며 "그는 MIT에서 42년 정도 있었다. 그는 훌륭했다. 따라서 나는 유전적으로 그 문제를 잘 이해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오찬에 대해서도 "(북측의) 모든 사람이 정자세를 하고 있었다"며 자신은 그와 같은 것을 결코 보지 못했다고 우드워드에게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북측 장성이 발언하기 위해 일어섰고 너무 정자세를 한 나머지 의자가 20피트(6m) 정도 날아가 벽을 쳤다며 과장해 설명한 뒤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분도 이 사람들처럼 행동할 수 없느냐'고 농담했다"고 우드워드에게 언급했다.
우드워드는 북한 참모들의 태도가 부럽다는 듯 자신의 참모들에게도 '정자세'를 농담조를 요구했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농담이지만 농담이 아니다"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이 이야기를 검증하려고 했지만 이를 기억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책에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났냐고 묻자 "역사상 어떤 사람보다 많은 카메라를 봤다"면서 "수백 대의 카메라를 공짜로 얻었다. 아무런 돈도 들지 않았다"라며 당시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을 자랑했다.
그러면서 "힐러리 클린턴이 쓴 돈의 25%만 쓰고 60억달러(약 7조원) 상당의 무료기사(Earned media)를 얻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우드워드는 미디어분석업체 미디어퀀트를 인용해 사실은 '힐러리의 50%'를 지출했다고 정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괴물'을 뜻하는 '몬스터'(monster)라는 단어를 써가며 "싱가포르 행사는 대단했다"라며 수천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고 거듭 자랑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사진이 있느냐고 하자 한 참모가 북미 정상이 웃으며 함께 앉아있는 찍은 16X20인치(40X50㎝) 크기 사진을 가져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행사의 홍보 효과 언급에 치중, 회담 내용으로 화제를 돌리려고 애썼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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