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트럼프-오라클 창업자 친분에 주목…"오라클 선택은 정치적 고려의 결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중국의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 '틱톡' 매각 협상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과의 기술 협력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틱톡이 보유한 미국인 가입자 정보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틱톡의 미국 사업을 미 기업에 매각하도록 했다.
그러나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미국 사업 매각 대신 오라클과의 기술 제휴로 안보 위협을 해소하겠다는 카드를 내놨다.
오라클은 14일(현지시간) "바이트댄스가 주말 새 미 재무부에 제출한 제안에 우리가 포함돼 있다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발언을 확인한다"며 "오라클은 신뢰받는 기술 제공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에 앞서 CNBC에 출연해 미 정부가 이번 주에 이 합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입장에서만 말하겠다. 우리는 코드가 안전한지, 미국인들의 데이터가 안전한지, 전화기가 안전한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기술팀이 향후 며칠간 오라클과 논의하는 것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 백악관은 틱톡이 보유한 미국인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지난달 바이트댄스에 이달 20일까지 틱톡 미국 사업의 매각안을 내놓으라는 마감 시한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러지 못할 경우 미국에서 틱톡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수출 규제를 개정해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둔 콘텐츠 추천 같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수출 시 당국 승인을 받아야 하는 기술로 지정했다.
바이트댄스는 미국 사업 매각 대신 미국 기업과의 기술 제휴란 카드를 내놨다.
관건은 이 카드를 미 정부가 승인할 것이냐다.
미 언론은 오라클 공동창업자 겸 의장 래리 엘리슨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에 주목하고 있다. 엘리슨 의장은 올해 2월 자신의 캘리포니아 저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개최한 지지자다. 4월에는 경제 회생을 위한 백악관 자문단에도 들어갔다.
이에 화답하듯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애리조나주 유세 도중 '오라클이 틱톡의 좋은 인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라클은 훌륭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소유주도 대단한 사람이다. 오라클은 확실히 틱톡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CNN도 이번 합의안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느냐는 최대의 장애물을 포함해 많은 항목에서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합의"라고 지적했다.
셜리 유 런던정경대(LSE) 객원연구원은 틱톡이 오라클을 선택한 것은 "주로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이라며 "백악관이 비(非)매각 카드를 검토하도록 하려면 오라클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라클로서는 클라우드 사업을 키울 기회가 될 수 있다.
CNBC는 이번 제안이 성사될 경우 "오라클이 젊은 소비자들의 눈에 더 띄게 되고, 중요한 광고 거점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오라클은 대기업이나 학교, 정부 기관 등에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업체다. 최근에는 클라우드를 이용해 이런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기업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반면 틱톡은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업체다.
그럼에도 두 회사는 마케팅 분야에서 공통의 이해가 있다.
틱톡은 이용자들에게 광고를 보여줘 매출을 올리고, 오라클은 마케팅 담당자들이 이런 광고의 배부를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CNBC는 "기술 제공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오라클이 자사 클라우드 인프라를 틱톡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겠다는 것을 뜻할지도 모른다"고 풀이했다.
오라클로서는 주요한 클라우드 고객을 확보하는 셈이고, 이는 또 추가 클라우드 고객을 유치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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