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측도 연장 희망…일부서는 "中 종교탄압 외면" 비판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지난 2018년 합의된 중국과 바티칸의 주교 임명안의 시한이 다가온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연장안을 승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중국은 공산 정권을 수립한 뒤 1951년 바티칸과 관계를 단절했으나, 2018년 9월 주교 임명과 관련된 2년 시한의 잠정 합의안에 서명하며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합의안은 같은 해 10월 22일부터 시행됐다.
바티칸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합의안을) 2년 더 연장하는 것이 신중한 처사일 것"이라며 "합의안과 관계된 사람들이 교황에게 합의안을 연장할 것을 건의했고, 교황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당시 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중국 정부가 교황을 중국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 공식 인정하는 대신, 교황청은 중국 정부가 교황청 승인 없이 임명한 주교 7명을 인정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연장되는 합의안의 내용에 대해 이 관계자는 "바뀐 것은 없다"며 "중국 측이 동의한다면 그대로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측이 이 합의안의 연장을 원한다고 밝히면서 "양측은 밀접한 소통과 협의를 계속해 상호 관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도 언론에 "중국이 합의안의 연장을 원할 것이며, 나도 그러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바티칸과 중국의 관계 개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판론의 선봉에 선 요셉 젠 전 홍콩 추기경 등은 바티칸이 중국 당국의 종교 탄압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2012년 말 집권한 후 중국 정부는 '종교의 중국화'를 내세우며 종교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종교활동은 국가의 통제를 받는 교회나 사찰에서만 가능하다며 지하교회 등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으며, 종교 조직이 당과 정부의 요구에 철저하게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가톨릭은 중국 당국의 인가를 받지 못한 지하교회 신도 1천50만 명과 중국 관영 천주교애국회 신도 730만 명으로 나뉜다.
이에 대해 바티칸 관계자는 "종교를 (체제에 대한) 간섭으로 여기는 공산주의 무신론자 체제를 다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합의안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합의안 연장이 중국과 바티칸의 국교 정상화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는 아직 "요원한 일"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수교국에 대만과의 단교를 요구하지만, 유럽 내에서 유일하게 바티칸만 대만과 수교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