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 찾아온 고양이…캘리포니아 산불에 동물도 대피행렬

입력 2020-09-15 10:49  

구조대 찾아온 고양이…캘리포니아 산불에 동물도 대피행렬
잿더미 속 강아지·불길에서 살아남은 양…"다친 동물 보는 사람도 '마음의 상처'"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화재의 참상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동물들의 모습이 포착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소방국의 대니얼 트레비조는 화재 현장에서 울음소리와 함께 자신에게 달려오는 노란색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레비조는 서둘러 새끼 고양이를 소방복 앞주머니에 넣어 현장을 빠져나왔고, 동물 보호소에 맡기기 전까지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고양이가 불길에 휩싸여 발에 화상을 입었을 것"이라면서 보호소에 가기 전까지 고양이에게 충분한 음식을 줄 생각이라고 전했다.
트레비조는 다른 지역의 소방대원들도 화재 잔해 속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부테 카운티에서는 잿더미 속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발견됐다.
부테 카운티 보안관실(BCSO)은 페이스북에 "보안관실 수색구조대원이 불에 탄 건물들을 살펴보고 있을 때 사랑스러운 강아지 한 마리를 예상치 못하게 발견했다"고 밝혔다.
보안관실은 이 강아지에게 용맹한 전사라는 뜻의 '트루퍼'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보안관실에 따르면 트루퍼가 발견된 지역은 모두 불타 연기에 휩싸여있었으며, 강아지는 가벼운 화상을 입고 인근 수의학 센터로 옮겨졌다.
트루퍼를 키우던 주인은 그 외에도 여러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으나, 대피할 때 모든 반려견을 데리고 나오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화재 피해 지역인 오리건주 메하마에서는 일대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됐지만, 한 농가에서 키우던 양과 소들만은 무사히 살아남았다.
화재로 대피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주민은 잔해만 남은 헛간 속에 키우던 양과 소들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맹렬한 산불 속에서 어떻게 동물들이 불길을 피했는지 모르겠다"며 안도했다.

오리건주의 한 동물병원은 주인을 찾기 위해 산불 속에서 구조된 고양이 10여마리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얼굴에 화상을 입은 생후 8주 된 고양이와 발바닥에 화상을 입어 네 다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고양이, 뜨거운 연기로 폐를 다쳐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고양이도 있다.
구조된 고양이들을 치료하고 있는 오리건주 동물 전문 센터는 직원 대다수가 화재 대피령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수의사 로이 애플게이트는 이번 화재가 다친 동물을 지켜보는 직원들에게도 심각한 심적 상처를 남겼다면서도 동물들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돕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해안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이 500만 에이커(약 2만234㎢)를 넘어섰다.
이는 남한 영토(10만210㎢)의 5분의 1(20.2%)을 넘어서는 면적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6명으로 늘었으며, 지난달 낙뢰로 시작된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자까지 합칠 경우 사망자는 35명에 달한다.
35명의 사망자 중 24명이 캘리포니아주에서 나왔고, 나머지 10명은 오리건주, 1명은 워싱턴주에서 각각 발생했다.
그러나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돌풍이 불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s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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