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최고대표 보고…"북부 라카인 지역들 몇 달 사이 불타 없어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충돌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민간인 피해가 전쟁 범죄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는 유엔의 지적이 나왔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14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서부 라카인주 및 인접한 친주에서 벌어지는 전투로 민간인 희생자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행방불명과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살인이 포함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15일 전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또 "민간인들은 공격 목표로 정해지거나 또는 무차별적으로 공격당하는 것 같다"며 "이는 추가적인 전쟁 범죄나 반인도적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위성사진 또는 목격자들의 증언은 북부 라카인 내 지역들이 최근 몇 달 사이에 불타 없어졌음을 보여준다면서 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쪼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는 이에 대해 인권침해 주장은 정확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쪼 모 툰 대사는 "입증되지 않은 주장이 유엔 보고서에 포함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라카인주의 상황은 깊은 역사적 뿌리를 가진 복잡한 문제로 (외부에서)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미얀마 서부 해안에 위치한 라카인주에서는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주류인 아라칸인(불교도)과 영국이 쌀농사에 투입할 값싼 노동력 확보를 위해 유입시킨 소수 로힝야족(이슬람교)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차 대전 당시 영국령 미얀마를 침공한 일본이 지배 세력 공백기를 틈타 이슬람교도를 무자비하게 탄압했고, 영국이 반일 감정을 가진 로힝야족 의용군을 무장 시켜 영토 재탈환에 앞장세우면서 양측은 핏빛 갈등의 역사를 써왔다.
영국군이 무장시킨 로힝야족 의용군은 일본군과 싸우는 대신 일본군에 협조적이었던 불교도를 학살하고 불교 사원과 불탑을 파괴했다.
이런 갈등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고 지난 2012년 로힝야족 괴한들이 불교도 여성을 성폭행하는 사건으로 인해 다시 불이 붙었다. 당시 유혈 충돌로 200여명이 사망했다.
2017년 8월에는 라카인주에서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로힝야족 반군이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미얀마군이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곳곳에서 벌어져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그 여파로 로힝야족 70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라카인주에서는 또 2018년 11월부터는 미얀마 정부군이 아라칸족의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는 반군 아라칸군(AA)과 충돌을 이어오고 있다.
양측간 충돌로 이미 16만여명의 주민이 집을 떠나 라카인주 내 150여개 난민촌으로 피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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