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홍국기 기자 =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무산에 침묵을 지키던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계약 해제 통보를 받은지 나흘만인 15일 처음 공식 입장을 내고 유감을 나타냈다.
인수 무산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에 돌리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해 사실상 계약금 2천500억원의 반환을 둘러싼 다툼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현산은 이날 입장문에서 '종합 모빌리티 그룹' 비전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재차 설명했다. 또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가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음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간 부당 지원 행위를 문제삼아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경영진, 금호산업[002990], 아시아나항공을 검찰에 고발한 것도 언급했다.
법률 리스크가 현실화해 거래 종결시 임직원의 배임은 물론 HDC그룹의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재실사 요구는 무리한 것이 아니었다는 게 현산의 주장이다.
그동안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현산의 재실사 요구에 대해 인수 의지가 없고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현산은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최종 담판'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면담에서 구체적인 안이 논의된 바가 없는데도 언론에 '1조 할인' 등이 보도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현산은 "산은은 이후 언론에 대한 대응은 일방이 하지 말고 서로 조율해서 공동으로 하자고 제안했으나 협의 당일 오후부터 사실과 다른 기사가 보도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현산이 이메일을 보내 재실사를 고수했다며 산은이 인수 무산을 공식화한 것에 대해서도 "'아시아나항공의 현재 재무상태와 경영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미래 존속가능성에 대한 검토 이후에는 인수조건 논의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므로 향후 진지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했지만 산은은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뒤늦은 설명을 내놨다.
이처럼 그동안 최종 면담 결과와 이메일 답변 등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던 현산이 뒤늦게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번 계약 무산의 책임이 전적으로 채권단과 금호산업에 있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산은 이를 토대로 2천500억원의 계약금 반환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현산은 "계약 해제와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 통지에 대해 법적인 차원에서 검토한 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계약금 반환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현산은 특히 2008년 한화케미칼이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를 추진하며 내걸었던 3천억원대의 이행보증금 중 1천260억여원을 돌려받은 사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당시 계약 무산의 주요인이 확인 실사를 하지 못한 데다 최종계약 체결 전 검토가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도 받지 못했던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2016년 대법원은 한화의 주장을 수용해 원고 패소 결정을 한 원심을 깨고 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서울고법은 2018년 파기환송심에서 산은 등이 한화에 1천260억여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산 측은 이 같은 한화 사례를 참고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명분 쌓기' 중인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현산의 입장문 내용을 토대로 대응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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