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중 소수인종이 75% 이상…연령 상승할수록 치명적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21세 이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중 백인보다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인종 사망자가 훨씬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21세 이하에서 코로나19 사망자는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숨진 21세 이하 미국 국민 중 히스패닉과 흑인, 미국 원주민이 75% 이상이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7월 21세 이하 미국 국민 중 39만1천81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이 중 121명이 숨졌다.
코로나19 사망자 중 히스패닉(45%)과 흑인(29%), 미국 원주민(4%) 등 소수인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3 이상이었다.
21세 이하 미국 국민 중 이들 소수인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1%다.
이러한 통계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성인뿐만 아니라 미성년자 사이에서도 인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65세 이하 미국 코로나19 사망자 중 유색인종이 백인보다 두 배가량 많았으며, '초과 사망'(excess death)을 고려하면 그 격차는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초과 사망은 통상 수준을 넘어 발생한 사망을 의미한다.
미성년 코로나19 사망자 중 소수인종이 많은 것은 미국 사회에 내재한 불평등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소수인종의 열악하고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거나 보험을 들지 않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미국 피츠버그대학병원(UPMC) 소아감염내과의 존 윌리엄스 과장은 "백인과 소수집단 어린이 사이에는 건강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코로나19 사망자 중 소수집단이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사망자 중 75%는 기저질환을 적어도 1개씩 앓고 있었다"면서 "기저질환 중에서도 소수인종 집단 아이들이 많이 앓는 천식과 비만이 자주 보고됐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과장은 또 폐렴구균과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처럼 일부 인종에게 상대적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들이 있다면서 "생물학적·유전적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21세 이하에서 코로나19가 연령이 상승할수록 치명적이 된다는 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전체 사망자 중 1세 이하 영유아는 10%를, 1∼9세는 20%를 각각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10∼20세는 70%에 달했다고 CDC는 지적했다.
코로나19가 등장한 이후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바이러스가 영유아들은 두고, 고령층만 주로 공격한다는 점이 미스터리였다. 이는 고령층과 영유아를 모두 공격하는 유행성 감기 등 다른 바이러스와는 다르다고 WP는 지적했다.
이는 코로나19가 세포에 들어갈 때 활용하는 단백질 수용체 ACE2가 어른들보다 아이들의 기도 주변에 적게 분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honk021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