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C 반란' 황당주장 복지부 대변인 결국 사과…행정부 균열 심화
트럼프가 심은 정무직 고위인사들 과학자 경시·비난 행태 점입가경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식품의약국(FDA)의 반대를 묵살한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관련 FDA의 검증 권한을 일방적으로 박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직원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란을 꾀하고 있다는 '막말'성 의혹 제기로 물의를 빚었던 보건복지부 고위 당국자는 결국 사과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에 심은 인사들의 과학자 경시·비난행태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5일(현지시간) '보건복지부 수장이 검사 규정을 완화하기 위해 FDA 당국자들을 무시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7명의 전·현직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 이러한 내용을 보도했다.
에이자 장관이 올봄과 여름 FDA를 상대로 코로나19 검사의 안전성 및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한 책무를 포기하라는 압박 작전을 주도해오다 급기야 지난달 20일 스티븐 한 FDA 국장의 반대를 무릅쓴 채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개별 실험실들이 개발한 검사 품질에 대한 FDA의 검증 권한을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무직 관료들이 보건 기관의 전문가들을 무시한 또 하나의 사례로, 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싼 행정부 내부 갈등과 난맥상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번에 강행된 독단적인 정책 변화는 코로나19를 포함한 다양한 질병에 대한 '연구실 개발' 검사에 적용되는 것으로, 유연성이라는 명분 하에 많은 상업·대학·보건 연구실들이 추구해온 사안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그러나 한 국장은 코로나19 검사의 정확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뤄진 이번 규제 완화 조치가 부정확한 검사가 시장에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한 보호장치를 걷어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고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는 견해를 고수해왔다고 한다.
자칫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해온 것이다.
특히 '연구실 개발' 검사를 둘러싼 보건복지부와 FDA의 싸움으로 양측간 균열이 심화하면서 에이자 장관과 스티븐 한 국장 간에 고성을 오간 격론이 몇차례에 걸쳐 벌어질 정도로 일촉즉발의 사태로 치달았다고 폴리티코가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 과정에서 FDA의 장치 부문을 총괄하는 제프 슈런은 해당 정책 변경 관련 주요 회의에서 배제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브라이언 해리슨 보건복지부 비서실장은 개별 연구실들에 대한 FDA의 규제 권한을 둘러싸고 이어져 온 해묵은 논쟁을 거론, 이번 결정은 법률적 검토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방어막을 치면서 검사 관련 규제 철폐가 오히려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대비태세를 향상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에이자 장관과 한 국장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말싸움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FDA 측은 에이자 장관이 강행한 이번 정책 변경을 발표하길 거부했고, 결국 보건복지부가 직접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FDA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연구실이 개발한 검사는 FDA의 승인 없이 임상 진단에 사용돼선 안 된다'는 공지가 띄워져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국장은 지난달 31일 하원 비공개 보고를 통해 보건복지부 법률 분과가 이번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백악관 법률고문단 소속 변호사 일부도 FDA의 관리감독 권한을 축소할 당장의 필요성에 대한 회의론을 피력했다고 폴리티코가 2명의 인사를 인용해 전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캠프 출신 측근으로, '낙하산 인사'로 꼽혀온 마이클 카푸토 미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최근 자신이 일으킨 '설화'에 대해 14일 열린 긴급회의에서 에이자 장관을 비롯한 부처 직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고 CNN방송, 정치전문매체 더 힐 등이 보도했다.
카푸토 대변인은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에이자 장관 및 부처를 곤궁에 빠트린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자신의 발언이 맥락을 무시한 채 보도됐으며 자신은 희생양이 됐다는 취지의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그는 지난 13일 개인 페이스북 계정 팔로워들을 상대로 한 라이브 방송에서 "CDC가 트럼프 대통령의 저항 세력에 은신처를 제공하며 반란을 꾀한다"면서 "정부에 속한 과학자 중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미국이 더 나아지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등의 근거 없는 공격을 폈다.
카푸토 대변인은 이번 언행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이 협박을 받은 데 따른 건강 관련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병가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거취 관련 후속 결정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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