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대 1953년 출생 1만1천400명 추적 조사
남녀 모두 심혈관질환 발병 33~34% 상승
균형잡힌 식단과 적당한 운동 건강에 중요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어릴 때 급우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었다면 노후에 심장이나 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연구진은 남녀 1만1천400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어린 시절 인기도와 60대가 됐을 때의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13세 때 급우들 사이에서 인기가 '낮은' 남성은 나이가 들어 순환계 질병을 앓을 확률이 3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성도 같은 조건에서 발병 확률이 33% 상승했다.
가정 구조나 사회 경제적 배경 등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다른 요인을 고려해도 어렸을 때의 인기와 심혈관 질환 사이에는 유의미한 고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됐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심혈관 질환 확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분명치 않으나 아동기에 겪은 역경이 성인이 된 후 알코올 남용 등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이상을 가져올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낮은 또래 지위와 사회적 고립, 소외는 아동기에 특히 심각한 스트레스를 준다"면서 이런 아이들은 "사회적 또는 감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며, 친구를 만들 기회는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역경이 아이의 사회적·감정적 발달을 방해하고, 결국 이후 삶에서 스스로 바로잡기 어려운 단점이나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특히 따돌림을 경험한 아이들은 불안이나 우울을 느끼며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심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또 "사회적 관계가 신경내분비 작용 조절에 영향을 미쳐 뇌졸중이나 심혈관 질병 위험을 높인다는 신경과학 분야의 설득력 있는 증거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심장재단의 루시 마틴 심장 전문 수간호사는 "이런 연구가 정신과 신체 건강의 관계를 보여주기는 하나 어린 시절에 인기가 없었으니 나중에 심장이나 심혈관 질환을 앓을지 모른다며 불필요하게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균형 잡힌 지중해식 식단이나 정기적인 운동, 금연, 건강한 체중 유지 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위험을 줄이는 데 더 큰 역할을 하는 생활방식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