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자문회의-KDI 공동 정책포럼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대기업이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기술유용을 억제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장정책연구부장은 17일 기업 부문의 이중구조 해소 방안 모색을 주제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KDI 공동 정책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양 부장은 "기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구체적 적용 방안이 미비하고 억지력도 부족하다"면서 "손해배상 금액 배수를 현행 3배에서 최대 10배 이상으로 높이고, 신고 기피도와 입증 난도 등에 따라 배상 배수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증거자료의 접근성이 낮고 위탁업자인 대기업 측의 방해가 심해 납품업자 쪽에서 기술유용을 입증하기가 어려울 경우 더욱더 높은 배상 배수를 적용하는 식이다.
아울러 납품업자가 정황 증거를 제시할 경우에는 1차 입증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고, 자료 접근성이 높은 대기업 측에 반증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양 부장은 덧붙였다.
그는 또 공정한 거래가격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 개입보다는 양측 간 조정 성립률을 제고하고, 납품업자들과 대기업 간 공동 교섭을 조건부로 허용해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조정 신청이나 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계약 단절 등 보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의 보복에 대한 법적 조치와 실효성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없이는 조정이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진방 인하대학교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와 기술 유용 입증 용이성 제고가 매우 긴요한 제도라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이 방안은 집단소송과 함께 추진해야 하며, 기술 탈취에 국한하지 않아야 한다. 특정 사안에 한정한 특별한 법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제약 및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병헌 중소기업연구원장은 국내 대기업·중소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혁신 역량의 불균등 발전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현재 중소 제조업 기업의 평균 임금은 대기업 대비 55.1%에 그치며, 대기업·중소기업 간 연구개발비 격차 또한 심화하는 추세다.
이 연구원장은 이런 가운데 미래 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미래성과공유제 등 우수인력 유인체계를 활성화하고, 중소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날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와 KDI는 '한국 기업 부문의 이중구조, 현재와 미래' 정책포럼을 온라인으로 공동 개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영상 축사에서 "대·중소기업 간 구조적 불균형은 기업 성장을 가로막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면서 "이번 정책포럼을 통해 미래 대한민국이 공정하고 활력 있는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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