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죽은 뒤에도 지구 존재 가능하나' 의문과 연결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태양은 핵융합 연료가 바닥나 수명이 다하면 수백, 수천 배로 부풀어 올랐다가 껍데기가 날아가고 지구 크기로 줄어들어 백색왜성이 된다. 잔해만 남은 죽은 별인 백색왜성이 태양이 맞게 될 먼 미래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가까이 있는 천체를 모두 빨아들여 산산조각 내버려 주변에서는 온전한 행성이 발견되지 않아왔다.
그러나 지구에서 약 80광년 떨어진 용자리의 백색왜성(WD 1856+534) 가까이서 목성 크기의 가스 행성이 관측돼 학계의 관심을 받고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 비행센터와 코넬대학 등에 따르면 매디슨 위스콘신대학 천문학 조교수 앤드루 밴더버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34시간 주기로 백색왜성 주변을 도는 WD 1856 b 행성을 관측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했다.
WD 1856 b의 공전 주기는 태양계 가장 안쪽에 있는 수성보다 60배 이상 빠른 것으로, 백색왜성 주변에서 이렇게 가까이 붙어있는 행성이 온전한 형태로 관측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행성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우주망원경 '테스'(TESS)를 이용해 행성이 백색왜성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줄어드는 것을 관측해 WD 1856 b를 찾아냈으며, 퇴역한 스피처 적외선 우주망원경 관측 자료도 활용했다.
이를 통해 백색왜성 WD 1856+534가 100억년가량 된 별로 삼중성계의 일원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지름은 약 1만8천㎞로 지구보다 약 40% 크며, 이를 도는 WD 1856 b는 별의 7배 달했다.
연구팀은 백색왜성이 되는 혼돈의 과정에서 강력한 중력으로 주변의 모든 천체가 파괴되는 점을 고려할 때 WD 1856 b가 현재 위치보다 적어도 50배 이상 떨어진 곳에 있다가 안쪽으로 옮겨온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이동이 가능한 시나리오로는 인근에 있던 다른 목성급 행성과의 중력 작용이나 WD 1856 +534가 속한 삼중성계 내 다른 두 적색왜성(G229-20 A, B) 또는 떠돌이별의 중력 영향 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또 목성급 행성의 질량이 지구의 몇 배에서 수천 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WD 1856 b는 목성 질량의 14배를 넘지 않는 것으로 추산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코넬대학 천문학 부교수 리사 칼테네거 박사는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실린 별도의 논문에서 가스형 행성인 WD 1856 b의 발견은 이보다 작은 암석형 행성이 백색왜성의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관측에서는 WD 1856 b 이외에 다른 행성이 존재하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테스의 관측 범위 밖에 행성이 존재할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칼테네거 연구팀은 백색왜성 주변에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이 존재한다면 내년 말에 발사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통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백색왜성이 태양의 먼 미래라는 점에서 백색왜성 주변에서 생명체 흔적을 가진 행성을 발견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칼테네거 부교수는 "별의 죽음이 생명체의 끝이 아니라면 어떻겠는가?, 태양이 죽은 뒤에도 생명체가 계속 이어질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백색왜성을 도는 행성에서 생명의 증거가 발견된다면 이는 믿기 힘든 생명의 끈질김을 보여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힐끗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NASA/JPL-Caltech/Goddard Space Flight Cente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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