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투명성 결여·FAA 부실감독·기술적 예측 오류 결합"
238쪽 분량 신랄 비판 "보잉·FAA, 직원들 사전 위험 경고 묵살"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346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사 737 맥스 기종의 2018∼2019년 연이은 추락사고와 관련, 보잉이 설계결함을 조종사들과 규제당국에 숨겨왔다는 미국 하원의 조사보고서가 나왔다.
하원 교통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보잉이 유럽 경쟁사인 에어버스를 따라잡기 위해 운항 허가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설계 결함을 숨겼으며 규제당국으로 하여금 신규 설계의 문제점에 대해 눈감아주도록 압박했다고 지적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교통위는 또한 규제당국에 대해서도 보잉의 비위를 맞추는데 신경을 쓴 나머지 적절한 감독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보고서는 "이들 사고는 보잉 기술진들의 잘못된 기술적 예측과 보잉 경영진의 투명성 결여, 연방항공청(FAA)의 극도로 부실한 감독이 결합해 생긴 끔찍한 극치"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보잉은 맥스 기종의 설계 및 개발에 실패했고 FAA는 보잉에 대한 관리·감독 및 항공기 승인에 실패했다"며 항공기 설계 및 FAA 승인 과정에서 빚어진 일련의 문제점을 자세히 기술했다.
연쇄 추락사고 원인으로 알려진 자동 실속(失速) 방지 시스템(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과 관련, 보잉사 측에 설계 및 성능 예측에 오류가 있었으며 보잉이 중요한 정보를 FAA와 고객, 737 맥스 조종사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FAA의 2017년 맥스 기종 승인에 앞서 여러 보잉 직원들이 위험을 인지하고 문제점을 제기했음에도 회사나 FAA 양측 모두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묵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지난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 에어 소속 737 맥스 8 항공기의 추락사고로 탑승자 189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어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같은 기종이 지난해 3월 10일 추락하면서 탑승자 157명 전원이 숨지는 등 비극이 잇따라 발생했다.
18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나온 238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보잉사 및 FAA가 지난해 3월 이래 취해졌던 해당 기종의 전면 운항중단 조치에도 안전 관련 교훈을 제대로 되새겼는지에 의문을 제시하는 한편으로 보잉이 안전 문제에 전적으로 리셋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WSJ이 전했다.
이번 조사보고서와 관련, 보잉은 성명에서 "그동안 발생한 사고 및 우리가 한 실수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었다"면서 "우리는 안전 문화를 강화하고 고객, 규제 당국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애써왔다"고 밝혔다.
FAA는 성명을 통해 보고서에 언급된 개선 사항들을 실행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하겠다면서 조직과 절차, 문화 개선을 통해 전반적인 항공 안전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 작업은 하원의 과반을 점한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민주당 소속 피터 드파지오 하원 교통위원장은 "이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됐을 비극"이라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개혁 입법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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