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학원장 "미국 봉쇄리스트는 중국 과학기술 발전의 청사진"
(서울·선양=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차병섭 특파원 = 중국의 '기술굴기'를 상징하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미국의 제재로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중국 최고위 관료가 화웨이를 찾아 제재 돌파를 위한 기술 개발을 강조했다.
18일 관찰자망과 중국중앙(CC)TV 등 중국매체에 따르면 중국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 중 한 명인 한정(韓正) 상무위원은 미국의 최신 제재가 시작된 지난 14~15일 후베이성 우한(武漢)의 기술기업들을 시찰했다.
그는 화웨이 우한기지와 반도체 업체인 창장춘추(長江存儲)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기술과 신제품의 상업화를 확대하고 산업 집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면서 "(미국이) 목을 조르는 기술을 정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반도체 등) 핵심 기초재료에 대한 자주적인 보장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기업의 기술 진보와 시장 개척을 위해 효과적인 보장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상무위원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의 제재에 직면한 중국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15일부터 자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한 전세계 반도체 기업에 대해 미국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화웨이에 제품을 팔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정부가 판매를 승인해줄 가능성은 희박해 사실상 화웨이가 반도체를 구매할 길이 막힌 상황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가 해소될 때까지 비축한 재고 부품으로 최대한 버틴다는 계획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기초과학 연구의 핵심기관인 중국과학원(中國科學院ㆍCAS)의 수장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기술통제 리스트를 앞으로 10년간 중국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청사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바이춘리(白春禮) 중국과학원장은 16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대한 기술 의존을 단절하기 위해 국내 연구를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바이 원장은 "미국의 기술 봉쇄 리스트는 우리에게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한 임무를 부여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기술적으로 교살당하는 것을 피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핵심 기술, 핵심 재료, 기초 알고리즘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반도체 집적 회로 제조 공정에 쓰이는) 마스크 얼라이너(Mask Aligner)를 비롯해 항공기용 타이어, 최첨단 반도체 칩과 같은 분야에서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우리는 국가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의 모든 자원을 그곳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과학자 좌담회를 주재하면서 "현재 중국의 발전은 국내외 환경에 복잡한 변화가 발생하는 국면에 직면해 있다"면서 "국가의 미래가 과학기술 혁신에 달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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