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일 확진자 2천명선…4월말 이후 최고
전문가, 겨울 상황 더 우려…젊은층 감염 증가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범국으로 꼽혀온 독일에서 재확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해외 여행지에서 감염된 귀국자들이 많았던 휴가철이 지났는데도 신규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
감염자가 급속히 늘어난 지역은 통제 조치 강화에 나섰다.
오는 10월 베를린에서 개최 예정이던 한독 통일자문위원회 회의도 재확산 여파로 취소되는 등 각종 행사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18일 독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1천916명으로 집계됐다.
16일 신규 확진자는 2천194명에 달해 지난 4월 말 이후 가장 많았다.
추세적으로도 8월 이후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 수는 26만7천773명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9천378명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휴가철이 지난 뒤에도 감염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베를린 샤리테병원의 감염병 권위자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전날 커뮤니케이션 관련 학술대회에서 "지난 8월에 신규 확진자가 늘어난 것은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인데, 최근 신규 확진자들은 독일 내에서 발생한 감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겨울에 쉽지 않은 상황을 겪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에서는 지난 6월 코로나19 통제 조치가 상당히 완화된 이후 일정한 방역 수칙 아래 음식점과 카페가 정상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은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실내보다 야외 테이블을 이용하고 있다.
당국도 규정을 완화해 음식점 인근 도로와 공터에 야외 테이블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등 야외 생활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겨울이 다가올수록 실내 활동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사망자가 줄어들고 있으나, 전파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젊은 층이 활동적인 데다 무증상 전파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드로스텐은 "젊은 층은 대체로 증상이 가볍다는 이유로 검사받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젊은 층이 파티 등의 활동에서 감염되기도 하는데, 이는 다가올 몇주 간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현재 독일은 전체적으로 대형 행사 금지와 상점 및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도의 통제 조치만 남겨두고 있지만, 감염자가 급증한 지역별로 통제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앞서 연방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구 10만명당 7일간 신규 감염자가 50명 이상일 때 통제 조치를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니더작센주(州)의 클로펜부르크는 10만명당 7일간 신규 감염자가 61.5명을 기록하자 6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음식점 운영 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쾰른 당국도 통제 조치를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에른주는 뮌헨 등 여러 도시에서 10만명당 7일간 신규 감염자가 50명을 훌쩍 넘어 추가 통제 조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의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은 한국과 독일 간의 외교 협력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매년 양국에서 번갈아 개최돼온 한독 통일자문위원회 회의가 오는 10월 말 베를린에서 개최 예정이었는데, 최근 독일 측이 개최가 어렵다고 한국 측에 통보해왔다.
관례적으로 한국 대표단은 통일부 차관이 이끌어왔고, 독일 대표단은 경제에너지부 차관이 대표로 나서왔다.
겨울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년 초 예정된 카니발 등의 행사도 취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본과 쾰른, 아헨, 뒤셀도르프 등의 도시 당국은 카니발 취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10월 3일 독일 통일 30주년 기념식도 최소한도의 규모로 조촐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