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신용위험도 높게 유지…주식시장과 달리 경계 유지
긴급유동성 대책들도 시효 연장중…"불확실성 여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김아람 김태종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후 국내 증시는 'V자' 반등에 성공했지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다른 한편에서 2차 충격이 닥칠 가능성을 우려하며 경계감을 여전히 놓지 않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8일 현재 'AA-' 등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3년 만기물 기준)는 133bp(1bp=0.01%포인트)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저점 언저리에 도달했던 3월의 평균치(75bp)보다 여전히 60bp가량 높은 수준이다. 지난 5월 130bp대로 올라선 이후 최근까지 큰 변동이 없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의 재무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부도 확산과 같은 신용위험 불확실성이 투자심리 회복에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주식시장은 '동학 개미'에 힘입어 급반등했지만, 기관 투자자 위주의 채권시장은 아직 경계감이 유지되고 있는 분위기인 셈이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채권시장에선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연일 상승하는 현 주식시장을 두고 '철없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며 "다만, 회사채 시장의 위험회피 정도가 지나치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이후 시장 안정화 조치로 쏟아져 나온 각종 유동성 대책들도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를 충격에 대비해 시효를 연장하고 있다.
3월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자 2008년 금융위기 때의 공포 경험이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금융·통화정책 당국자들은 금융위기 당시를 능가하는 규모의 시장 안정화 조치를 봇물 터지듯 쏟아냈다.
한국은행은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50%로 낮췄고,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0원 선에 육박했던 3월 19일엔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전격 발표했다.
신용경색 조짐이 보이자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 프라이머리-CBO(11조7천억원), 산은의 회사채 신속인수제(2조2천억원) 및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1조9천억원), 저신용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20조원) 설립 등 전방위적인 유동성 공급 대책이 쏟아졌다.
자금시장 경색이 이어지자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한 무제한 유동성 공급과 같은 '한국판 양적완화' 계획도 나왔다.
주식시장에선 6개월간 공매도 금지 조처가 내려졌고, 증권시장안정펀드가 조성돼 추가 하락 시 자금이 투입될 채비를 마쳤다.
6개월이 지난 현재 주가는 연초 수준 이상으로 올랐고 신용경색도 대부분 해소됐지만, 이들 시장 안정화 조치들은 대부분 유효한 상태로 남아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내년 3월 말까지로 연장됐고, 6개월 한시적으로 적용됐던 공매도 금지도 내년 3월 15까지로 연장하기로 결정됐다.
여기에는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안전판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시장 여건 개선에 따라 운영을 중단한 대책도 시장 상황 악화 시 가동을 재개한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무제한 RP 매입 조치를 중단하면서 금융시장 불안 시 매입을 재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증시 반등으로 효용 논란이 인 증권시장안정펀드는 시장 불안 시 자금을 다시 출연하는 전제로 금융사들에 출연금을 되돌려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시장 안팎에선 2차 충격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동절기 사망률 증가 위험, 백신 보급 지연 불확실성이 맞물릴 때 금융시장에 2차 충격이 나타날 요인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1차 충격 때 취했던 긴급 유동성 관련 조치들은 여전히 유효하고 당분간 존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16일 자본시장연구원 주최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금융시장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올 연말 나올 것으로 비중을 두는 분위기"라며 "백신 개발이 연말까지 된다면 좋겠지만, 만약 연기된다면 시장이 실망하면서 자산 가격이 크게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