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 "한일관계 개선 위한 대화" 촉구…방위상은 親대만
스가, 외교라인 유임시켜 안정성 강조…경산성 출신은 힘빼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외교 역량과 색채가 명확하지 않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한국이나 중국과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 주목된다.
'외교 수완이 미지수'(워싱턴포스트)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스가 총리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을 유임시키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를 방위상에 임명해 외교·안보 정책에서 아베 내각의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아베 정권에서 기용된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국가안보국장을 유임시킨 것 역시 안정감에 무게를 둔 인사로 풀이된다.
징용 문제에 대해 스가나 모테기가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언급하는 등 한일 관계의 갈등이 당장 풀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다만 스가가 관방장관 시절부터 외국인 관광객 확대를 중요한 정책으로 추진해 온 점 등을 고려하면 실용적 측면에서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외국인 여행객 시장인 한국과의 관계 회복을 마냥 외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가가 총리가 되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의 역할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니카이는 아베 정권 말기에는 한국에 다소 거친 태도를 드러내기는 했으나 과거 한일 우호를 위해 힘썼고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최근 아사히(朝日)신문 계열 주간지 아에라에 실은 글에서 스가가 "대중(對中)·대한(對韓) 정책에 관해서도 일거에 개선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일은 없다고 하더라도 니카이 씨의 의향을 이어받으면서 의원 교류 등을 통해 당과 2인3각으로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데올로기 색채가 농후한 아베 총리와 사상 신조가 얼마나 통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스가 총리에 관해 언급하고서 이같이 밝혔다.
박지원 국정원장과 니카이 간사장의 파이프 역할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박 국정원장은 2000년 문화관광부 장관 시절 당시 운수성 장관이던 니카이와 한일 관광교류, 항공증편 문제 등을 논의하는 등 긴밀하게 협력했다.
박 국정원장이 대북 송금 사건으로 수감됐을 때 니카이가 면회하고 내복을 보낼 정도로 긴밀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언론에서도 스가 내각 발족을 계기로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20일 사설에서 "냉각된 일한 관계가 경제나 안보 등에 광범위하게 그늘을 드리운다"며 "상호 불신을 완화하는 것부터" 나서라고 사설을 실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정권 교대는 막힌 외교 문제를 움직이게 할 좋은 기회"라며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일한 관계 발전을 요구했다. 국교 수립 후 최악이라고 하는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가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 눈에 띄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 총리관저 내 경제산업성(경산성) 출신의 약화다.
아베 정권에서 총리보좌관으로 일하던 경산성 출신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와 하세가와 에이이치(長谷川榮一)가 물러났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 시절 외무성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대해 신중했으나 이마이는 대중국 협력 정책을 주도했고, 하세가와는 러일경제 협력에 앞장서면서 외무성이 경산성에 밀려 외교 정책에서 제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이마이와 하세가와가 물러나면서 외무성을 존중하는 외교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은 전망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도 친중파인 니카이의 역할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외교 정책에서 니카이의 영향력이 세지면 일본 외교 당국은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펴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기시 방위상이 대만에 우호적인 점도 눈길을 끈다.
아베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대만과 일본의 관계 유지를 목표로 하는 여야 의원으로 구성되는 '일화(日華)의원간담회' 간사장으로 친 대만파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5년에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야당 대표 신분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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