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 아들 보는 앞서 괴한들에 피격…"근면과 투지의 귀감" 애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악명높은 조직범죄와 싸우던 최고위 수사관이 집 앞에서 총격에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케이프아르구스 등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샬 키니어 경찰 총경은 지난 18일 오후 케이프타운 비숍 라비스의 자택 앞에서 괴한들에 의해 머리에 총을 맞아 숨졌다. 키니어 총경은 일선 조직범죄 전담 수사관으로는 최고위급이다.
경찰은 갱단이 키니어 살해에 개입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온라인 매체 데일리 매버릭은 키니어 총경의 휴대전화 신호가 살해 당일 피살 순간까지 고가의 장비를 통해 괴한들에 의해 줄곧 추적당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키니어는 그동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들 수사로 명성을 얻었고, 최근 조직범죄를 전담해 나피즈 모댁 등 지하세계 보스의 갈취 사건을 조사 중이었다. 또 케이프타운 변호사 피트 미할리크 등의 살해 사건도 담당하고 있었다
30년 넘게 경찰에 봉직하다 52세에 사망한 그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비영리기구 '정의를 위한 범죄 과학수사'는 범인 체포에 100만 랜드(약 7천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폴 오설리번 범죄과학 수사관 겸 '정의를 위한 범죄과학수사' 창립자는 고인에 대해 품위 있고 근면하며 정직한 수사관이었다면서 "지하세계가 근면하고 윤리적인 경찰들을 살해함으로써 나라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오판이라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키니어 총경이 조직범죄 거물들을 수사하고 있는데도 24시간 신변경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족들은 지난해 11월 용의자 두 명이 집 주변에서 수류탄을 갖고 있다 체포된 이후 경찰 장갑차가 24시간 배치돼있다가 그 다음 달 아무런 설명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베헤키 첼레 경찰장관은 사건 다음 날 키니어의 아내와 두 아들을 찾아 사과하고 신변경호가 철회된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그 같은 결정에 대해 책임 있는 자들이 물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인의 아들 칼리슬(24)은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기 전 마지막으로 얘기를 나눈 사람이다.
칼리슬은 "아버지와 나눈 마지막 대화는 피격 30초 전이었다. 아버지가 (주차 전) 전화로 진입로의 내 차를 옮기라고 말씀하신 후 나를 기다리며 거기에 서 계셨다"고 말했다.
칼리슬은 선친에 대해 근면과 투지의 화신으로 기억했다.
그는 선데이타임스에 "우리가 어디에 있든 그의 전화벨이 울리면 일이 우선이라는 걸 알았고 우리는 그걸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출근하고 새벽 4시에 귀가했다가도 아침 6시면 다시 일하러 가신 분이셨다. 오늘 아침, 내가 다시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걸 절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는 자신의 경주를 마쳤다. 난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가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앨런 윈드 웨스턴케이프 주지사는 키니어가 지역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범죄자들과 싸우고 있었다면서 범인들에 대한 신속한 검거를 촉구했다.
남아공은 세계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로 경찰관 피습도 드물지 않다.
지난 한 해만 40명의 경관이 임무 중 숨졌다고 신화통신이 공식통계를 이용해 전했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