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여성 야권지도자 유럽의회서 연설 "몇년이라도 시위"

입력 2020-09-22 00:24  

벨라루스 여성 야권지도자 유럽의회서 연설 "몇년이라도 시위"
티하놉스카야 "루카셴코 이미 대통령 아냐…시위 진압 책임자들 제재해야"
티하놉스카야 지지 여성들 연대 시위…"19일에만 300여명 체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국가 벨라루스에서 대선 불복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된 전 여성 야권 대선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 장기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벨라루스 당국의 신변 위협 때문에 이웃국가 리투아니아로 피신해 있는 스베틀라나는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유럽의회 외교위원회에서 연설하고,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과 회동하면서 벨라루스 사태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했다.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벨라루스 사태 논의를 위한 유럽의회 외교위원회 비상회의에서 연설하며 "루카셴코는 (야권)저항운동이 점차 약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우리는 필요하면 몇 주, 몇 달, 몇 년 동안이라도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대선 불복 시위 강경 진압에 책임이 있는 벨라루스 공직자들을 EU 제재 목록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선 "우리는 국제사회가 루카셴코 정권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면서 "루카셴코는 벨라루스 국민의 눈에 이미 합법적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티하놉스카야와의 면담 뒤 "우리는 벨라루스 국민, 특히 진정한 지도력을 선보인 벨라루스 여성(티하놉스카야)의 용감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U는 벨라루스 국민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대한 권리를 지지한다. 이것이 내정에 대한 간섭으로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면서 벨라루스 야권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티하놉스카야는 지난달 벨라루스 대선에서 26년을 장기집권 중인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도전한 여성 야권 후보다.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사회질서 교란 혐의로 당국에 체포된 반체제 성향의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으로, 남편을 대신해 출마했던 그는 대선에서 10%를 득표해 80% 이상의 득표율을 보인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패한 것으로 공식 개표 결과 나타났다.
하지만 티하놉스카야는 루카셴코 정권이 선거 과정에서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개표도 조작했다면서 실제론 자신이 대선 승리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녀를 지지하는 야권 세력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며 6주째 저항 시위를 벌여오고 있으나. 루카셴코는 야권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약 5만명이 참가한 전날 수도 민스크 시위에선 440여명이 체포됐다고 현지 내무부가 밝혔다.
매주 토요일엔 주로 여성들이 참가하는 가두행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약 2천명이 참가한 지난 19일 '여성들의 행진' 시위에선 300명 이상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들은 지난달 9일 대선 직후 시위에서 경찰이 참가자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대규모로 연행해 고문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서자 지난달 중순부터 길거리로 나서 연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경찰이 아버지와 형제, 남편과 아들 등의 남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은 이후 토요일마다 가두행진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경찰은 당초 비폭력 시위를 기치로 내걸고, 손에 꽃을 들고 흰색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 여성 시위대를 적극적으로 진압하지 않다가 최근 들어선 무더기로 연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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