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IJ 확보 자료에서 드러나…계좌 개설 쉬운 유초은행 활용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에서 자금세탁 의혹이나 범죄 관련 가능성등으로 신고된 '의심 금융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의심 금융거래는 작년에 약 44만건이 신고된 것으로 일본 경찰청 통계에서 확인됐다.
2004년에 약 9만5천건이 신고됐는데 15년 사이에 5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의심 거래 신고는 사기, 불법 체류, 금지 약물 등과 관련된 수사에 활용되고 있다.
일본과 관련된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확보해 분석한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자료에서도 다수 확인됐다.
FinCEN에는 40여명에 달하는 일본의 개인 또는 법인과 관련된 거래가 의심 사례로 보고됐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한 살충제 제조업체가 중국 선전(深천<土+川>)에 있는 봉제 공장을 운영하는 중국인 남성에게 2015년 6월∼2016년 12월에 보낸 돈이 사업상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아 의심스러운 거래로 신고됐다.
살충제 제조업체는 중국인 남성의 공장에 휴대용 해충 기피제를 팔에 부착할 때 사용하는 고무밴드 등을 주문했으며 의심 거래가 보고된 기간에 168만달러(약 19억5천만원)을 송금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송금 상대가 거래 기업이 아니라 중국인 남성의 개인 계좌였던 것도 의심스러운 이유로 지목됐다.
이와 관련해 중국인 남성은 "일본에서 중국으로의 송금을 어렵고, 중국 은행에 송금하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인출하기 어렵다"며 "선전의 많은 공장이 했던 보통의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살충제 제조업체 측 담당자는 이런 방식이 "회사 간 거래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반응했다.
석탄을 수입하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소재의 한 상사는 현지 은행에서 북유럽의 라트비아에 있는 은행으로 송금했는데 중계은행 역할을 한 미국 은행이 이를 의심 사례로 보고했다.
미국 은행은 각국 기업으로부터 의뢰받은 송금 중 약 3천655만달러(약 425억원)에 의문을 품었고 여기에는 홋카이도의 상사업체가 송금한 약 158만달러(약 18억원)가 포함됐다.
역시 ICIJ에 가입한 교도통신은 우정 민영화에 따라 일본우정공사에서 분리된 유초은행을 통한 거래가 여러 건 의심 사례로 지목됐다고 전했다.
주소 불명의 외국인이 수상한 거래를 한 것으로 지목된 중국 기업에 유초은행 계좌로 많은 돈을 송금한 사례가 보고되는 등 일본 체류 외국인이 유초 은행을 수상한 거래 경로로 활용한 정황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불법 행위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조세 회피처의 기업과 거래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 유초은행 계좌로 송금을 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일본 대형은행은 자금세탁이나 범죄 악용 방지 등을 이유로 일본에 온 지 얼마 안 된 외국인의 계좌 개설을 거부하는 사례가 꽤 있다.
유초은행은 이런 심사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유학생이나 외국인 노동자가 그나마 쉽게 거래할 수 있는 곳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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