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제 23일 개막…일주일간 장·단편 70편 상영
올해로 18년째 맞아…코로나19에도 관람 열기
(피렌체=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3일 밤(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를 대표하는 성당인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피렌체 두오모)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극장 '치네마 라 콤파냐'(Cinema La Compagnia).
이탈리아어로 '피렌체 한국영화제'라고 쓰인 극장 정문 플래카드 아래서 현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고, 매표소 앞은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영화 시작 한참 전이지만 470석 규모의 상영관은 이미 상당수 자리가 채워진 상태였다. 방역 지침에 따라 한 자리 걸러 앉은 관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막지 못한 한국 영화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뜨거운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르네상스의 본고장인 피렌체가 일주일간 한국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태극기-토스카나코리아문화협회(회장 리카르도 젤리·부회장 장은영)가 주최하는 피렌체 한국영화제에서는 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30일까지 장·단편 및 VR 영화 70편이 소개될 예정이다.
올해로 18회째인 이 영화제는 유럽에서도 영화 팬층이 꽤 두터운 이탈리아에 한국 영화를 제대로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해왔다.
20년 가까이 이어가며 우리 영화의 재미와 독창성을 현지인의 감성에 깊이 각인시킨 것은 물론 팬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다.
원래 매년 4월께 개최되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5개월가량 늦게 막을 올렸다. 현 상황을 고려해 극장과 온라인 상영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도 처음 도입했다.
이날 개막작으로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 과정을 그린 정지영 감독의 '블랙머니'가 상영됐다. 작년에 한국에서 개봉해 248만명을 끌어모은 흥행작이다.
한국의 금융 비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라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짐작했지만 현지 관객의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관객들은 '엔딩 크레딧'이 흐르자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큰 박수를 보내며 감상평을 대신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 관객은 "쉬운 영화는 아니었지만,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부도덕한 거대 금융 자본에 맞서는 용기 있는 사람들을 다룬 줄거리로 매우 공감 가는 내용이었다"고 칭찬했다.
15년 전부터 한국 영화를 즐겨보고 있다는 그는 주제와 내용이 마음에 직접 와닿고 관객과 가깝게 소통한다는 점을 한국 영화의 장점으로 꼽았다.
주최 측은 이 영화 속에서 다국적 금융자본과 한국 고위 관료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검사로 열연한 배우 조진웅 씨와 정 감독을 특별게스트로 초청해 현지 팬들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포기해야 했다.
대신 영화제 기간 '조진웅 특별전'을 통해 '대장 김창수', '끝까지 간다', '독전', '완벽한 타인', '퍼펙트 맨' 등 조 씨가 주연한 영화들이 다수 상영된다.
또 'K-스토리' 특별전을 통해 '군함도', '말모이', '봉오동전투', '1987' 등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도 현지 관객을 맞는다.
주최 측 리카르도 젤리 회장은 "올해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극장뿐 아니라 이탈리아 전역의 한국 영화 팬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도전이자 또 다른 방식의 축제를 즐기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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