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영하 40도 이하로 기온 급강하…"생존 자체가 우선 과제"
양국 군대, 악조건으로 전투 불가 알고도 철수 않고 '소모전'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히말라야산맥 산악 지대에서 국경선 문제로 갈등을 빚는 중국군과 인도군이 혹한의 겨울철이 다가오자 수천 명의 장병들의 주둔에 필요한 보급품 수송 작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군과 인도군은 최근 양국 장병이 대치 중인 국경 지대에 병력 증원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이 지역에서 철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보급경쟁'을 하면서 장기전 태세에 돌입한 양상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양국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군과 인도군이 히말라야 지역의 겨울철 혹한기에 대비해 수천 명의 장병들을 위한 보급품 수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국 군대가 대치 중인 히말라야 국경 지대는 해발고도 4천500m 이상의 고산지대로, 산소가 희박하며 10월부터 기온이 급강하한다.
인도의 군사전문가인 라제스와리 필라이 라자오파란은 "인도군 지휘부는 겨울철 동부 라다크 지역에 약 3만명의 군대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식량, 연료, 탄약을 포함한 겨울철 비축 작전이 신속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델리 소재 웹사이트인 더프린트에 따르면 인도군은 히말라야 지역에 주둔하는 병사들이 6개월여의 혹한기를 견딜 수 있도록 방한복, 혹한기용 텐트, 식량, 연료 등을 수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군사 전문가인 저우천밍(周晨鳴)은 인민해방군(PLA)이 지난 수십년간 인도와의 국경지대에 방대한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했기 때문에 군수지원 측면에서는 인도군에 비해 유리한 위치라고 말했다.
민간 지리정보플랫폼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2017년 도카라(중국명 둥랑<洞朗>·부탄명 도클람) 지역에서 양국 군대가 73일 동안 무력대치를 한 이후 인도와의 국경지역에 공군기지 3곳, 공군 방어 진지 5곳, 헬리콥터 이착륙장 5곳을 포함해 최소 13개의 군사기지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우천밍은 "히말라야 지역의 기온은 겨울철에 영하 40도 이하로 떨어지며, 최소 반년 동안 외부와 연결되는 도로가 차단된다"면서 "일단 겨울철이 시작되면 양국 군대는 더 싸울 수 없으며, 생존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인민해방군은 히말라야 국경지대에 의료용 수송기를 투입하는 등 고고도(높은 고도)의 의료 지원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인민해방군은 지난 7월에는 Y-9 의료 수송기를 투입해 중상을 입은 한 장교를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 내 군기지로부터 5천200㎞ 떨어진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병원으로 이송하는 작전을 펼친 바 있다.
인민해방군이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환자 이송을 위해 '나는 병원'으로 불리는 Y-9 의료용 수송기를 투입한 최소의 사례였다.
양측은 혹한기 대치가 '소모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철수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인도의 군사전문가인 라치프 란잔 차우르베디는 전했다.
중국군과 인도군은 지난 21일 6차 군단장급 회담을 열고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 히말라야 국경 지대에 추가적인 병력 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앞서 양국 군은 지난 7일 히말라야 국경 지대에서 45년 만에 총기까지 동원해 충돌했다.
지난 6월에는 라다크 갈완(중국명 자러완) 계곡에서 양측 군대가 '몽둥이' 등을 동원해 몸싸움을 벌여 최소 20명의 인도 군인이 사망하고 중국군도 다수의 희생자를 냈다.
국경선 문제로 1962년 전쟁까지 치른 중국과 인도는 아직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하고 3천488㎞에 이르는 실질 통제선(LAC)을 사실상의 국경으로 삼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LAC 주변의 도로와 교량 등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런 국경지대에서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는 양국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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