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진 체격' 네안데르탈인, 남성 결정 Y염색체는 현생인류 것

입력 2020-09-25 17:01  

'다부진 체격' 네안데르탈인, 남성 결정 Y염색체는 현생인류 것
Y염색체, 유전적 '자매' 데니소바인보다 현대인에 더 가까워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다부진 체격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 화석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부터 남성을 결정하는 Y염색체를 물려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모 사피엔스 남성이 네안데르탈인 여성과의 교잡으로 태어난 네안데르탈인 아들에게 현생 인류의 Y염색체를 물려주고 이것이 퍼지면서 네안데르탈인 사이에서 내려오던 Y염색체를 대체했다는 것이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재닛 켈소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 3명과 데니소바인 2명의 Y염색체 조각을 분석해 얻은 이런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발표했다.
사이언스와 막스 플랑크 협회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등 화석 인류의 유전자 연구는 1997년 첫 분석 결과가 나온 이후 상당한 진척이 있었지만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있는 양호한 화석은 대부분 여성이어서 아버지에서 아들로 전해지는 성염색체인 Y염색체는 분석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화석의 뼈와 치아를 오염시키는 미생물 유전자 덩어리에서 인간의 Y염색체 분자를 찾아내는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Y염색체 염기서열을 재구성해 비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Y염색체가 약 60~55만년 전 현생 인류에서 함께 갈라져 나간 데니소바인보다는 현대인에 더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성염색체를 제외한 보통 염색체(상염색체) DNA 분석에서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현대인은 먼 사촌으로 나오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논문 제1 저자인 대학원생 마틴 페트르는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Y염색체도 비슷한 그림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전혀 뜻밖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Y염색체 염기서열 분석을 토대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 Y염색체의 공통조상이 37만년 전부터 살았을 것으로 계산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나오기도 전에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만나 교잡을 했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 교잡 시기를 이르면 37만년 전 늦어도 10만년 전 사이로 제시됐다.
비아프리카계 현대인이 가진 소량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현생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나와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직후인 약 7만~5만년 전에 이뤄진 교잡의 결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 분석으로는 그 이전에 이미 초기 조상이 유라시아에 퍼져 네안데르탈인과 교잡이 이뤄졌으며, 현생인류의 Y염색체가 네안데르탈인이 갖고있던 Y 염색체를 대체하는 과정은 이전 연구에서 제시된 모계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mtDNA) 대체 과정과 비슷한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Y염색체와 mtDNA가 우연히 바뀔 가능성이 없어 수수께끼로 받아들였으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적은 인구가 Y염색체 내에 개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유해 유전자 변이를 축적해 진화 적합성을 낮추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극도로 적은 그룹에서 발생하는 상황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근친교배는 특정질병의 유병률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트르는 "생식에서 Y염색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네안데르탈인 Y염색체의 낮은 진화 적합성은 현생인류의 Y염색체로 자연선택이 이뤄지게 해 궁극에는 염색체 대체로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논문 수석저자인 켈소 박사는 "스페인에서 발굴된 43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처럼 Y염색체가 대체되기 이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Y염색체를 회수할 수 있다면 현대인보다는 데니소바인에 가까운 원래 Y염색체를 갖고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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