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가격 내려가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생산 본격화돼야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테슬라가 3년 안에 가격을 2만5천달러(약 2천900만원)로 낮춘 '반값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국내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가격 전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평균 가격이 테슬라가 제시한 3천만원 미만으로 낮아지려면 약 4∼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가격이 떨어져야할 뿐 아니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 모델 생산이 본격화돼야 전기차 가격도 인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판매 중인 국내 완성차업체 전기차의 평균 가격대(보조금 적용 이전)는 소형차 4천563만원∼4천880만원, 준중형차 3천920만원∼4천170만원이다.
전기차 가격의 핵심은 배터리다. 전기차 원가의 30∼40%를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배터리 단가가 킬로와트당 100달러까지 내려가 전기차의 유지비용이 내연기관차와 같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2025년께다.
만약 배터리 가격을 56%까지 낮추겠다는 테슬라의 목표가 실현된다면 여기서 2∼3년 가량을 앞당기는 셈이다.
업계는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 단가가 테슬라가 제시한 수준까지 낮아지지 않는다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가격이 3년 안에 3천만원 미만으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테슬라의 발표대로 가격을 낮출 경우 원가를 30∼40%까지 줄이겠다는 건데 현대차[005380]로 치면 매출원가에서 12조원이 감소하는 셈"이라며 "배터리 단가 인하와 품질 비용 감축이 함께 이뤄져야 전기차 가격도 내려간다"고 말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030210] 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단가가 낮아지면 테슬라보다 양산 능력이 더 우수한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가격을 훨씬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또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전기차 전용 모델들이 대거 출시되며 가격 경쟁이 본격화돼야 평균 가격이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현대차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국내 완성차업계가 2022년께부터 E-GMP 기반 전기차를 연간 50만대 이상 생산한다면 3∼4년 뒤부터는 부품 가격이 떨어지는 한편 가격 경쟁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연구원은 "국내 완성차 업체의 코나나 니로, 쏘울 등은 내연기관차의 파생 모델이라 원가 혁신에 특화돼 있지 않다"며 "내년부터 E-GMP 기반으로 전기차가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준 연구원도 "내년에 나오는 아이오닉5는 연간 7만대 정도 생산될 것"이라며 "E-GMP 플랫폼 기반 전기차가 연간 몇 십만대씩 생산돼야 전기차 가격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완성차업계의 결단에 따라 가격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권순우 SK증권[001510] 연구원은 "전기차 전용 모델 라인업이 늘어나면 가격 인하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며 "완성차업계가 시장 선도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해 수익률을 어느 정도 포기한다면 4∼5년 내에도 충분히 3천만원 미만 전기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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