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구성 놓고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와 갈등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레바논의 총리 지명자 무스타파 아디브(48)가 26일(현지시간) 사임했다고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와 로이터,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디브는 이날 TV 방송에서 "정부를 구성하는 일을 그만둔다"며 "레바논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레바논 대통령실은 아디브의 사임이 수리됐다며 미셸 아운 대통령이 헌법에 따른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운 대통령은 새 총리 지명자를 물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디브는 지난달 31일 신임 총리로 지명된 지 거의 한 달 만에 낙마하게 됐다.
전 독일 주재 대사인 아디브는 레바논 국민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외교관이다.
아디브가 새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물러남에 따라 레바논의 정국 혼란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10일 하산 디아브 전 총리가 이끌던 레바논 내각은 폭발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총사퇴를 발표했다.
8월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 190여명이 숨지고 약 6천명이 다쳤다.
아디브의 사임은 이슬람 시아파 정파와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스타는 아디브가 내각 구성에서 종파주의를 바꾸려고 했지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와 아말은 재무장관 등 여러 장관직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아디브는 이슬람 수니파 출신이다.
앞서 이달 1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레바논 정치권에 15일 안에 새 정부를 구성하라고 압박했다.
지중해 연안의 국가 레바논은 이슬람 수니파 및 시아파, 기독교 마론파, 그리스정교 등 18개 종파가 얽혀있으며 독특한 권력 안배 원칙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다.
그러나 이런 정치체제는 일종의 '권력 나눠먹기'로 종파 간 갈등과 정치권의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레바논은 경제 위기, 정치권 혼란 등으로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0%가 넘는 국가부채와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높은 실업률 및 물가가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여기에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민의 고통이 커졌다.
레바논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21일 684명에서 22일 865명, 23일 940명, 24일 1천27명, 25일 1천143명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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