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행성탐사 '키옵스', 쇠도 녹는 '초고온목성' 첫 성과 내놔

입력 2020-09-28 17:01  

유럽 행성탐사 '키옵스', 쇠도 녹는 '초고온목성' 첫 성과 내놔
태양보다 2천200도 더 뜨거운 별 2.7일 주기 공전…표면 온도 3천200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유럽우주국(ESA)의 외계행성 탐사 위성 '키옵스'(CHOPS)가 철도 녹아 기체가 될 수 있는 극단적인 온도를 가진 특이한 행성 관측을 첫 성과물로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ESA의 첫 외계행성 전문 우주망원경으로 발사된 뒤 시험가동을 거쳐 지난 4월 말부터 본격 가동된 키옵스는 이미 위치가 파악된 행성을 정밀 관측해 구체적인 특징을 분석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키옵스라는 이름도 '외계행성 특성을 찾아내는 위성'(CHaracterising ExOPlanets Satellite)이라는 단어에서 따왔다.
스위스 베른대학에 따르면 키옵스의 첫 관측 결과물은 지구에서 약 322광년 떨어진 천칭자리의 행성 WASP-189 b로, 관련 논문이 국제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게재가 확정됐다.
이 행성은 지름이 태양의 2.4배에 달하는 항성 HD 133112를 2.7일 주기로 돌고 있다. 항성 자체가 태양보다 2천200도 이상 뜨거워 행성을 거느린 별로는 가장 뜨거운 곳 중의 하나로 꼽혔다.
WASP-189 b는 이런 뜨거운 별을 태양~지구의 20분의 1밖에 안 되는 거리를 두고 돌고있다. 크기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목성의 1.6배에 달한다.
이 행성은 태양계 가스형 행성인 목성이나 토성 등과 달리 한쪽 면(day side)만 늘 항성의 빛을 받고 반대쪽(night side)은 그렇지 못한데, 키옵스 관측으로는 빛을 받는 쪽의 온도가 3천200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초고온 목성"(ultra-hot Jupiter)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초고온에서는 철이 녹고 심지어 기체로 바뀌기도 한다.
논문 제1 저자인 제네바대학 천문학자 모니카 렌들 박사는 "이 행성이 항성에 바짝 붙어 3일이 안 되는 공전주기를 가진 거대한 가스행성이라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행성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천체 중 하나"라고 했다.




렌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WASP-189 b가 너무 멀리 있고 별에 붙어있어 행성을 직접 관측하지는 못하고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줄어드는 것을 관측하는 천체면통과(transit) 방식을 활용했다.
이와함께 항성에 바짝 붙어 도는 WASP-189 b의 별빛 받는 부분이 너무 밝아 별 뒤로 돌아갈 때 "잃어버리는" 빛까지도 측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엄폐'(occultation)라고 하는데 연구팀은 키옵스를 통해 여러 차례의 엄폐 현상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WASP-189 b가 별빛을 많이 반사하지 않고 대신 이를 흡수해 행성을 가열하고 빛을 냈다"면서 별빛을 받는 면에서는 높은 온도로 구름이 형성되지 않아 별빛 반사율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행성의 천체면 통과 때 비대칭 현상을 발견했는데, 이는 별에 밝거나 어두운 부분이 있을 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또 별이 빠르게 자전하면서 공 모양이 아니라 적도 부분이 불룩한 타원형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밝혀냈다.




키옵스 컨소시엄을 이끄는 베른 대학의 빌리 벤츠 교수는 태양보다 더 크고 훨씬 더 뜨거운 "이런 별을 도는 행성은 몇 개 안 되며 이 행성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 중 가장 밝다"면서 "키옵스 관측 덕분에 외계행성에서 더 극적인 발견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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