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개혁안 아직 유효하지만 시간 촉박…레바논에 달렸다"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레바논이 총리 지명자 사임으로 정부 구성에 실패하자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레바논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어 레바논 측이 약속을 저버렸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레바논 측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달 초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방문했을 때 2주 안에 정부를 구성해 정국 혼란을 가라앉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레바논을 이끌어야 할 정부와 의회가 당파적 이익, 개인적 이익을 선택해 국익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무스타파 아디브 레바논 총리 지명자는 지명 약 한 달 만인 전날 사임했는데, 여기에는 이슬람 시아파 정파와의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졌다.
이슬람 수니파 출신의 아디브가 내각 구성에서 종파주의를 타파하려 했지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가 여러 장관직을 요구했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보도다.
레바논은 이슬람 수니·시아파, 기독교 마론파, 그리스정교 등 18개 종파가 얽혀있어 독특한 권력 안배 원칙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맡아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레바논 정치인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국민을 살피지 않고 있다며 이를 두고 "집단적 배신"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베이루트에서 마련한 레바논의 정치, 경제 개혁 로드맵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다며 "마지막 기회를 잡는 것은 레바논 관리들에게 달려있다"고 압박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8월 4일 베이루트 항구 대형 폭발 참사로 하산 디아브 전 총리가 이끌던 레바논 내각이 같은 달 10일 총사퇴했지만, 여전히 새 정부가 구성되지 않아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1920년부터 23년 동안 레바논을 식민지로 삼았지만, 두 나라는 여전히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레바논은 중동에 위치하면서도 지중해 연안을 끼고 있는 지정학적 요지라는 점에서 프랑스의 관심이 각별하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